2012. 8. 3 금요일, 경욱이와 북한산을 올랐다.

보충수업하는 윤석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니 8시, 아직 꿈 속을 헤매는 경욱이를 깨우니 겨우 일어난다.

원래 아침식사를 잘 하지 않는 녀석이지만 억지로 반공기를 먹이고 9시가 다되어 집을 나섰다.

경욱이 배낭에는 얼린 생수 2개와 도시락을, 내 배낭에도 얼린 생수 2개와 과일 약간을 넣으니 공평(?)하다.

목적지는 북한산 백운대(813.6m), 효자비에 주차를 하고 밤골공원지킴이터를 들머리로 숨은벽능선과 호랑이굴을 거쳐 백운대에 갔다가 되돌아오는 것을 산행코스로 잡았다.

왕복 7km 남짓한 거리이다.

 

9시 40분쯤 효자비 인근에 주차를 하고 곧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10분 점도 걷다 쉼을 가졌는데 벌써 땀 범벅이다.

  

 

폭염이 절정을 이루었는데다, 산행코스가 북한산 북사면이라서 바람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초등학생때부터 산에 데리고 다닌 공이 있어서인지 경욱이는 불평없이 앞장서서 곧잘 산을 올랐다.

두번을 쉬고 나니 숨은벽능선 아래 계곡에 도착했다.

울창한 나무들이 염천의 햇살을 가렸지만, 뜨거운 열기는 거러지 못하고 고스란히 정수리에 꽂혔다.

숨은벽능선 바위아래를 거쳐 해골바위쪽으로 샛길로 올라 숨은벽 능선 초입에 도착했다.

평소 사람들이 드글거리는 구간임에도 산행객이 없었던 것은 평일이어서라가보다 더위 때문인듯 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곧장 능선을 타고 올랐다.

중간에 만난 산행객들에게 오징어순대 한조각 신세지고 다시 계곡으로 내려와서 조금 오르니 약수터가 있다.

머리를 한번 적시고 다시 호랑이 굴로 오르는데 암릉지대라서 경욱이가 다칠새라 여간 맘이 쓰이지 않았지만 별 탈없이 잘 올랐다.

12시가 다되어 호랑이굴 아래 고갯마루에 도착하니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주 상쾌하다.

 잠시 쉬고 백운대를 바짝끼고 백운대로 오르는 등산로로 향했다.

 

<백운대 발부리의 리지를 타는 경욱이>

 

 

백운대로 오르는 초입에 다다르니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백운대가 명산은 명산인가보다.

서울의 다른 산에서는 외국인을 보기 쉽잖은데 유독 백운대에 가면 3명중 1명은 외국인이다.

와이어를 타고 백운대를 오르는 길은 힘은 들었지만 바람이 좋아서 상쾌한 산행이었다.

백운대에 올라서 사진 몇 장을 찍고 사방을 둘러보며 경치를 잠시 감상하고 다시 하산하였다.

 

 <백운대 정상에서 한 컷, 아니 3컷, 아니 수컷들..^^>

 

하산길에 백운대 발부리 부근 바위에서 점심을 먹으니 꿀맛이다.

맨밥, 우엉조림, 계란말이, 깻잎절임이 반찬이었지만 시장이 반찬이긴 한 모양..

식사를 마치고 가져간 과일까지 먹고나서 시원한 그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하산을 하는데 슴은벽 계곡으로 들어서니 다시 바람이 잠잠하다.

하산길은 무더위로 많이 힘들었다.

대부분 오르는 길이 더 멀어보이는데 그날은 하산길이 더 멀어 보였고 경욱이도 그랬나보다.

 

"아빠, 우리가 이렇게 많이 올라온 거야?"

 

산 아래까지 다 내려오니 얼린 생수 4병은 텅 비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가게에 들러 음료수를 사먹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오자마자 드러누우며 경욱이가 한 말은 이랬다.

 

"엄마, 양말 좀 벗겨주고, 에어컨 최고로 틀어줘. 나 샤워할래."

 

 

2012. 8. 8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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