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그 날 그 곳에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초와 종이컵을 나눠주는 사람, 질서유지에 안간힘을 쓰는 학생들, 누군가와 열띠게 이야기를 나누는 명계남씨, 주걱턱을 더욱 높이고 목이 터져라 사회를 보던 권해효씨, 수십만의 관중을 하나로 묶어내는 안치환씨, 하안동 사거리에서 떡뽁이를 팔던 아저씨도 보였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내 또래의 부부들이 있었고, 백발을 날리면서 묵묵히 초를 양손에 들고 있는 노부부가 있었고, 하나의 초를 둘이서 맞잡아 들고 있는 젊은 연인들이 있었다.


그리고 또 있었다.

하나가 되어 목이 터져라 불러대는 노래가 있었고, 황금빛으로 광화문에서 종각까지 이어진 불바다가 있었고, 그들의 교만을, 그들의 음모를 철저하게 짓밟아버리겠다는 뜨거운 가슴이 있었다.

그날 안치환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란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를 소리높여 따라부르면서, ‘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지’를 알았다.


‘그래!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양심과 용기가 있기에, 부조리한 것에 대하여는 이렇게 뜨겁게 분노할 수 있기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거야.’


그렇게 광화문의 그 거리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의 물결, 꽃보다 아름다운 불꽃의 물결이 흘렀다.


~~~~~~~~~~~~~~~~~~~~~~~~~


지난 토요일, 마눌과 광화문 집회에 다녀왔습니다.

그 집회 참가하는 내내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벅차게 차오르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그래! 분노할 곳에 분노하는 이 힘을 모아서 이 나라에서 진정한 다수가 누구인지를 똑똑히 보여주자.’

집회를 하다가 소식을 전하려고 대구에 있는 선배에게 전화를 하였습니다.

“형 어디야?”

“어, 나 지금 광화문이야~”

그렇게 열차타고 올라온 선배도 만났습니다.


2004. 3. 16   4월 15일이면 활짝 맑을 날


'생각없이 하는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대 총선을 보며........  (0) 2004.04.16
안부  (0) 2004.03.17
근조 - 의회민주주의  (0) 2004.03.12
춘설 유감  (0) 2004.03.08
우리가 사는 오늘  (0) 2004.02.1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