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칼럼 100호를 넘기며......
맑은날T
2001. 12. 26. 13:13
지난 번 글이 100번째 올린 글입니다.
2000년 7월 9일 첫 글을 올리고 534일만에 100번째 글을 올렸네요.
그러니까 평균 5일에 한번 정도 올린 게 됩니다.
처음 글을 올릴 때가 회사에 렌을 깔고 인터넷접속이 자유로워질 즈음이었지요.
웹서핑을 하다가 다음이란 사이트를 알았고, 그곳에 접속하면서 카페란 곳을 몇 군데 들락거리다가,
전문칼럼리스트 이선희씨가 올리는 칼럼 '다락방에서 찾아낸 책'이란 방에 들어가면서 칼럼이란 걸
쓰게 되었습니다.
처음 쓸 때 밝혔듯이, 회사일이 무지 바빠서 신문도 제대로 읽지 못하며 또 체계적인 글을 쓸 수
있는 제주를 타고나지 못한 관계로, 칼럼의 형태를 갖춘 글을 쓸 자신은 애초부터 없었고 다만 이제
가물가물해져 가는 어릴 적 기억과, 아이들이 자라가는 모습을 기록하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리고 제 방에 오시는 분들께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꽃이랑 풀, 벌레들을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시작한 것입니다.
내용이야 어찌되었든 글을 100개나 썼다는 게 한편으로 뿌듯하기도 합니다.
처음 칼럼을 쓰면서부터 제 방에 오셔서 지금까지 읽어주시는 분도 계시고, 자주 답글을 올려주셔서
격려를 해주시는 여러분들이 생각나네요.
다 고마운 분들이지요.
사람의 일상사란 게 대부분 그렇듯이 저 또한 스펙타클하거나 특별한 이벤트의 연속이 아닌 그냥 물이
흘러가듯 그렇게 평범한 삶이며, 그런 일상사를 읽는다는 건 사실 따분하기도 하지요.
그런 따분한 일상사에 공감을 가져주시고, 작은 감동도 느껴주시는 회원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회원님 감사합니다. 꾸벅~ (- _ -) (_ . _)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쓴다는 말은 못드리지만, 그냥 육아일기삼아 시간 날 때마다, 일이 있을 때
마다 올려볼까 합니다.
2001. 12. 26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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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아침입니다.
우리 집 두 악동은 선물받을 정도로 착하게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기에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것은 별로 기대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먼저 윤석이가 일어나서 거실로 나가더니 호들갑을 떨면서 달려와서 경욱이를 깨웁니다.
"경욱아~ 선물이야. 선물!!"
경욱이가 달려나가더니 함성을 지르며 선물을 들고 방안으로 뛰어 옵니다.
"엄마! 아빠! 산타할아버지가 선물놓고 갔어."
그러면서 선물 포장지를 뜯습니다.
윤석이는 포장지에 놓인 카드를 읽어보는데 경욱이는 그냥 냅다 버립니다.
연이어 두놈이 동시에 환성을 지릅니다.
"와아~ 탑블레이드 팽이야."
그러더니 경욱이가 그야말로 감격한 목소리로 선물을 두손으로 움켜쥐고는 연신 감사의
인사를 혼자서 몇 번이나 합니다.
"산타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산타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야아~ 이거 엄마 아빠가 사다 놓은 거야.'하고 윤석이가 초를 치지만 경욱이는 또다시
'산타할아버지 감사합니다'를 연발합니다.
거실에 나간 저는 선물을 들고 어쩔줄 모르는 아이를 앞에 두고 핸드폰을 듭니다.
"여보세요? 산타할아버지죠? 여기 경욱이네 집인데요. 집에 선물이 있어서 전화했는데요."
"............"
"아~ 선물을 잘못 놓고 간 거라구요?. 오늘 밤에 다시 가져가신다구요?"
경욱이 얼굴이 완전 울상으로 바뀌더니 다급하게 소리칩니다.
"아빠~ 이제부터 착하게 살거야~~~"
"여보세요. 경욱이가 이제 착하게 살겠다는데 선물 그냥 주면 안되요?. 네 알겠습니다"
"아빠~ 산타할아버지가 뭐라고 그래?"
"응 이제부터 착하게 행동하면 안가지고 가신데."
어제 경욱이는 진짜 착한 아이가 되었답니다.
짜증도 안부리고, 김치랑 시금치도 잘 먹고.......
문제는 윤석이놈도 은근슬쩍 산타할아버지 운운하면서 경욱이를 부려먹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