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경주여행 <사진 서너장>

맑은날T 2004. 10. 26. 17:33
 

지난 9일에 1박 2일을 일정으로 경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경북관광진흥공사에서 주취한 여행일정으로 경비의 반을 경상북도에서 부담하여 고급스러운 여행을 싸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밑에 글은 여행후기로 올린 글입니다.

당첨되면 상품준다고 해서요...^^;




1. 신청과 접수


9월 초순이었어.

지금 생각하면 그날 승용차를 두고 지하철로 출근하기를 참 잘했던 날이야.

무료배부신문을 한 부 들고서 지하철에서 펼쳤는데 왕릉사진과 함께 경주가족여행단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본 거야.

오래 전부터 가족끼리 고적을 한번 답사하려고 맘을 먹고 있었는데.....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전화로 접수방법을 확인하니 선착순이라고하여, 신청서 접수 첫날 00시01분에 이메일로 접수를 한 거야.

다음날 접수여부를 확인하니 11번이라고 하여 가슴을 조용히 쓸어내렸지.




2. 첫째날


10월 9일 7시 40분쯤인가 압구정 전철역 부근에서 버스로 출발했지.

휴게소에 두 번 쉬고 12시 좀 넘어 경주에 도착했어.

중식으로 돌솥밥을 먹었는데, 그때 나온 반찬 중 돔배기(상어고기찜)가 있더라.

얼마나 좋아하는데...

한 접시 더 달라고 해서 먹었지. ^ㅠ^


식사마치고 경주 남산에 올랐어.

먼저 삼릉을 보고 오르면서 불두가 없는 부처님상과 분홍생 립스틱을 바른 마애관음보살상, 선각육존불, 선각고려불상, 시멘트로 어수선하게 보수한 부처님들을 둘러보았어.

바위마다 부처님이 계시고, 골마다 기도처가 있더라.

과연 신라는 부처님의 나라였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

한시간 정도의 시간으로 남산을 아주 조금 맛을 보고 내려와서는 곧장 황룡사지로 이동하였어.

황룡사지는 경주에 오기 전부터 꼭 들러보고 싶었던 곳이었어.

3만평이나 되는 넓은 벌판에 남아있는 금당초석과 9층 목탑지를 둘러보았어.

책에서 9층목탑은 그 높이가 20층 빌딩의 높이였다고 하여 그냥 관념적으로만 웅장한 건축이었구나 했는데, 황룡사지의 초석규모와 중심부에 있는 초심석(?)의 크기에 질렸지.

드넓은 황룡사지에서 신라인의 웅대한 기상과 뛰어난 건축술을 느낄 수가 있었어.

아이들은 개구리와 메뚜기를 잡으며 맘껏 뛰어놀고, 그때 황룡사지의 한켠으로 발걸음을 옮겼어.

아마도 발굴하면서 나온 돌들을 모아둔 곳으로 생각되었는데, 제 자리를 찾지 못한 돌들이 엄청나게 많이 있더라.

저 돌들의 위치와 파편의 제자리만 찾을 수 있다면 황룡사의 복원도 가능할 것도 같았어.

이름도 자리도 모를 큰 돌 위에 서서 천오백년전의 석공의 정소리와 목공의 톱질소리와 목도인부의 목도노래를 한참이나 들었지.

아주 오래 전에 바람을 타고 흘러갔던 그네들의 노랫소리가 넓은 벌을 가로질러 시원하게 부는 가을바람을 타고 들려온 듯도 했어.

식사를 하고 야간기행을 떠났어.

목적지는 안압지를 거쳐서 반월성의 산책과 첨성대를 보는 일이었지.

시원한 바닷바람(臨海殿이니까..^^;)속을 걸어서 안압지를 한 바퀴 둘러보는 코스는 꿈길같은 데이트 코스라고 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반월성의 산책은 어두운 밤길이었어.

반월성을 거쳐 계림을 지나 첨성대를 보았는데, 아마도 낮에 보았으면 상당히 실망을 했을 거야.

동양최고의 천문대라고 하는데, 그 높이와 규모면에서 실망스러웠던거지.

사다리나 계단도 없는 별로 높지 않은 곳에 굳이 기어(?) 올라가서 별을 관측했다는 설명도 납득이 좀 안되고...

그래서 유홍준 교수의 책에서 본 첨성대(국립기상대의 상징적 조형물이라는 설)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보니까 좀 낫더라.

좀 늦은 시간에 숙소엔 웰리치조선호텔(이거 중요한 거야. 고급호텔이거든..)에 도착해서 씻고 졸린 눈을 부비며 청소년 축구 결승을 봤는데 2:0으로 이겼지.

아주 곤한 몸으로, 그래서 숙면을 취하게 되었지.




3. 둘째날


호텔 인근에서 산책을 했지.

일어나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억지로 깨워서 산책을 나갔는데, 아침공기의 생기를 한 몸에 느낄 수 있더라.

밤은 그렇게 모든 것에 새로운 생기를 충전시켜주나봐.


산책을 마치고 먹는 아침부페는 아이들에게 환상적이었지.

우리 아이들이 원래 아침식사를 조금만 먹는데, 그날은 종업원보기에 조금 민망할 정도로 먹더만.

하도 많이 먹는 탓에 조금 늦게 식사를 마치고, 불국사로 향했지.

불국사는 대학 다닐 무렵에 아내와 한번 와본 곳이야.

그때야 아내 얼굴만 보느라 아무 것도 못 봤잖아.

이번엔 제대로 봐야지 하는 굳센 각오로 천왕문을 들어섰지.

천왕문을 거쳐서 청운교와 백운교를 둘러보고, 대웅전에 가서 다보탑과 석가탑을 보았지,

그리고 무설당, 비로전을 거쳐서 극락전을 둘러보았어.

아이들은 주최 측에서 내준 문제풀이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아!!..문제풀이란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그날 문제풀이로 2등을 해서 상을 탔잖아.

그런데 지금 양심에 걸려서 고백하는데, 그날 청운교 앞에 있는 안내데스크에서 도움을 몇 가지 받은 게 있어.

물론 문제풀이보다는 석가탑과 청운교 백운교를 더 상세히 살펴볼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었으니까 용서해 주실 거야.

그렝이공법으로 만들어진 백운교 옆의 축대를 보면서 아이에게 설명하니 알아듣는 것 같더라.

다보탑을 보면서 돌로 만든 조형물이 저렇게도 화려할 수 있이구 하는 생각을 했지.

그리고 석가탑은 그야말로 몸매가 아주 반듯한 멋진 남자를 보는 듯 했어.

군살은 없고, 그렇다고 불필요한 근육질도 아닌,,그런 멋진 몸매말이야.

2단으로 쌓은 기단에서 안정감이, 엄정한 비례로 체감하는 3층 탑신에서는 훤칠한 상승감이 보였다면 너무 잘난척 하는 표현일까?


그렇게 불국사를 보고 괘릉(掛陵)으로 자리를 옮겼어.

익살스런 사자상과 아랍계와 중국계로 보이는 인물을 새긴 문무인석 4기, 그리고 12지신상의 호석을 두른 봉분..

1호차 안내자의 설명으로는 원성왕때 왕권의 약화로 외국인들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된다고 했으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당시에도 사대주의나 이국에 대한 동경심이 있었고 이것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정철의 노래에 뜬금없이 나오는 “원숭이 휘파람.....”하는 구절같이 말이야.

“시신을 걸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내내 궁금해하면서 괘릉답사를 마치고 점심을 한 다음에 탁본실습을 하는 것으로 1박2일의 멋진 여행을 끝났어.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

그때에는 좀 더 천천히 둘러보고..욕심으로는 남산을 다 한번 둘러보고 싶어.

그리고 성덕대왕신종을 보고 박물관을 하루 종일 둘러보았으면 좋겠어.


참, 1호차와 2호차의 가이드 네 분과 경북관광개발공사의 진행요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지 못했거든.

대신 인사를 좀 해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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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찍은 사진 몇 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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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에서 찍은 가족사진입니다.

 

    11

       황룡사지에서 청개구리를 가지고 노는 아이입니다.

       결국 청개구리 세 마리가 된 셈....

 

    1111

불국사 청운교 옆의 돌축대입니다.

자연석을 쌓고 그 위에 가공석을 쌓았는데, 특이하게도 자연석의 모양에 맞추어 돌을 깍은 것입니다.

이것을 그렝이공법이라고 하는데, 아조 튼튼하다더군요.

 

       11111

마지막 사진입니다.

괘릉에서 찍은 잠자리인데 제목을 “몰두”라고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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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의 잠자리"로 오해하신 분이 계신지 모르겠네요. ^^;

아마도 서로가 뜯어먹는 동족상잔의 모습이 맞을 겁니다.



2004. 10.  26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