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구나
명절에 고속도로를 운전하면 다들 바보가 되는 이유
맑은날T
2007. 9. 27. 15:44
승용차로 서울에서 부산을 다닌지가 10년이 넘는다.
운전 실력도 그리 못한 것도 아니요, 남들 과속할 때 적당히 과속한다.
또 성격이 급하다 보니 느긋하게 휴게소에서 퍼질러 쉬는 성격이 아니다.
쉽게 줄이자면 남들만큼은 운전하고 다닌다는 말이다.
그런데 해마다 명절만 되면 운전을 못하거나 게으른 놈이거나,
아니면 바보같이 막히는 곳만 골라다니는 멍청이가 되어 버린다.
해마다 부산가는 길에 나름대로 갖은 방법과 도로지식과 교통방송을 이용하여
나름대로 흐믓한 마음으로 8시간 정도 걸려서 부산에 도착하면, 부산에서 바보가 된다.
"고생 많았재? 뉴스 보니까 6시간이 넘게 걸린다던데...몇 시에 출발했노?"
뉴스에 나오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리는 차량운행시간은 해마다 6시간 30분이다.
졸리고 피곤한 눈 부릅뜨고, 교대운전에 좀 뚫리는 곳에서 과속을 하면서,. 얌체같이 끼어들기 하면서 달려왔는데, 걸린 시간은 늘 바보스럽게도 '평균'에 훨씬 미달하는 시간이다.
귀경할 때는 조금 더 심하다.
이번 귀경길에서는 뉴스에서 말하는 시간에 겨우 맞추어 돌아왔다.
마산에서 추석날 밤 10시10분에 출발하여 집에 도착한 시각이 다음날 5시 였으니까, 6시간 50분 걸린 셈이다.
뉴스에서는 6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으니 얼추 비슷하고 바보는 면한 셈이다.
그런데 오늘 출근하여 물어보니 다른 사람들은 다들 바보였다.
추석날 12시에 무주에서 출발하여 인천에 도착한 것이 다음날 새벽 2시(14시간), 추석날 10시에 김천에서 출발하여 강남에 도착한 시각이 저녁 8시(10시간), 추석날 저녁 6시에 대전에서 출발한 사람이 일산에 도착한 시각이 다음날 아침 8시(14시간), 청주에서 인천이 12시간 등이었단다.
뉴스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바보이거나 게으름뱅이임에 틀림이 없다.
귀경길에 교통방송을 들으면서 올라왔는데, 문자로 보낸 청취자의 소요시각은 대체로 부산에서 서울은 15시간, 해남이나 광주 등지에서 서울은 16시간 이상 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는 여전히 부산에서 서울까지 6시간30분, 광주에서 서울은 5시간 30분, 대전에서 서울은 4시간30분 이런 식이었다.
물론 뉴스에서 보도하는 시간은 도로공사상황실에서 알려주는 시간이고,
도로공사측에서는 톨게이트에서 톨게이트까지 걸린 시간이라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결국 뉴스를 보고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출발한 대부분의 귀경자들은 두배 세배가 넘게 고속도로에서 헤매어야 했고, 배고프고, 지치고, 대소변 참으며 생고생을 한 것이다.
뉴스에서는 이번 추석이 고속도로 통행료를 가장 많이 벌어들인 명절이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무언가 의심스럽지 않은가?
꼬리글 또 하나...
이번에 귀경길에 이용한 도로는 구마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약간, 42번 국도, 3번국도, 성남에서 분당수서간 고속도로, 올림픽대로를 이용하였다.
그런데 가장 특이한 점은 성남에서 잠실까지 연결된 분당수서간 고속도로이다.
4차로로 뻥 뚫린 고속도로인데, 통행요금이 없음은 물론이요, 과속카메라가 한 대도 없었다.
엔간한 고속도로는 얼마 가지 않아서 통행료를 내고 수백미터마다 설치된 과속카메라에 걸려서
몇 만원씩 과외로 내는데, 잘난 사람이 많이 살아서 그런지, 아니면 탈 많은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그 도로에는 퉁행료도 없고 카메라도 없었다.
알아본 즉, 처음에 카메라를 세웠는데 나중에 민원으로 철거했단다. ㅡ.ㅡ;
부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각설하고...
명절 다 잘 지내신거 맞지요?
26일 새벽 4시30분께가 가장 큰 달이었다네요.
그 시각에 달을 보며 올림픽대로를 달렸답니다.
물론 소원도 빌었구요.
도로통행에 따라준 행운에 감사하기도 했구요. ^^
2007. 9. 27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