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冬
立冬
李外秀
달밤에는 모두가 집을 비운다
잠 못들고
강물이 뜨락까지 밀려와
해바라기 마른 대궁을 흔들고 있다
밤닭이 길게 울고
턱수염이 자라고
기침을 한다 끊임없이
이 세상 꽃들이 모두 지거든
엽서라도 한 장 보내라던 그대
반은 잠들고 반은 깨어서
지금 쓸려가는 가랑잎 소리나 듣고 살지
나는 수첩에서 그대 주소 한 줄을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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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立冬이네요.
입동치고는 바람이 너무 따스합니다.
하긴 입춘에는 찬바람이 불고, 입하에는 봄바람이 불고, 입추에는 아직도 개가 혀를 빼물고 다니지요.
立春, 立夏, 立秋, 立冬...
모두 '들어갈 入'이 아니고 '설 立'을 사용합니다.
계절의 흐름을 나타내는 말인데, 여기에서 계절의 변화를 연속선상에서의 흐름으로 본다면
'들어갈 入'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듯합니다.
겨울에 선다기보다는 겨울에 들어간다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입춘에 '入春大吉'이라고 잘못 써서 대문에 붙이기도 하지요.
실제 큰 녀석 한자학원선생님이 '入春大吉'이라고 붓글씨를 적어 보낸 적도 있었지요.
옥편을 찾아보면 '立'은 땅에 바로 '선' 사람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서
㉠서다, ㉡세우다, ㉢리터(ℓ)의 약호, ㉣곧, ㉤바로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결국 '入이 흐름'이라면, '立은 단절'이며,
'入이 쓰다듬는 부드러움'이라면, '立은 어깨를 내리치는 경책'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렇다면 계절의 변화에 立자를 넣은 이유는 계절의 입장이 아닌 사람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조어이기 때문입니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그냥저냥 적응하기보다는 계절의 변화를 미리 인식하고 준비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계절을 맞이하라는 훈시적 의미를 갖고 있지요.
계절의 모퉁이에서 정신을 곧추 세우고, 지난 계절에 대한 반성을 하고 새로운 계절에 대한 다짐을 하면서
하나의 획을 긋고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하자는 의미에서 立春, 立夏, 立秋, 立冬을 쓴 것이지요.
물론 이런 저의 해석이 맞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의견을 맞다고 다른 곳에서 우기다가 반론으로 수모를 당하더라도 제 책임이 아님은 미리 밝혀둡니다. ^^
여러분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계절을 맞았나요?
2007.11. 08 맑은날
<신영복 교수님의 작품입니다. 상업용도가 아니면 가져다 사용하라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