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청소하기

맑은날T 2008. 4. 1. 16:44

제일 먼저 설겆이를 합니다.
접시나 컵을 먼저 씻고, 밥풀이 묻은 밥그릇과 냄비는 물에 불기를 기다려 맨 나중에 합니다.
미지근한 세제를 묻힌 수세미로 그릇을 돌려가며 닦습니다.
그릇의 밑바닥도 돌려가며 씻습니다.
다 씻은 다음에 수돗물을 적당히 틀어놓고 손으로 깔끔하게 헹굽니다.
헹군 그릇은 접시, 국그릇, 밥공기별로 포개어 물을 뺍니다.
내친 김에 수저통도 씻고 가스렌지 바닥도 물에 불렸다가 씻습니다.
물을 뺀 그릇과 냄비는 따로 수납을 하고, 맨 나중에는 싱크대를 씻습니다.
씽크대는 먼저, 싱크대에 들어있는 음식물찌꺼기를 빼내고, 개수구 구멍까지 씻어냅니다.
설겆이를 끝내고 행주로 싱크대를 말끔하게 훔치고 다시 행주를 뜨거운 물에 빨아서 수도꼭지에 걸어 놓으면 설겆이는 끝납니다.

그 다음으로는 걸레 몇 개를 빨아서 준비를 합니다.
먼저 TV, 거실장, 장식장, 책장 등에 먼지를 훔쳐냅니다.
오래된 TV에는 특히나 먼지가 많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방에서 구석구석에 박힌 양말이며 옷가지를 꺼내어서 빨래통에 넣어 둡니다.
내친 김에 아이들 책상도 정리하고 책상 위에 쌓인 먼지를 닦습니다.
큰 물건 정리가 끝나면 청소기로 청소를 시작합니다.
쇼파를 밀어내면 그 곳은 언제나 보물창고입니다.
최근에 아이들이 무슨 놀이에 열중하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쇼파 청소를 먼저 하고 제 자리에 위치하도록 한 다음에 거실과 아이들 방을 차례대로 청소기로 청소를 합니다.

다음에는 화장실에 들어갑니다.
화장실 엉덩이받이가 또 헐거워져 있습니다.
집게를 갖고와서 돌려 잠급니다.
수세미에 비누칠을 한 다음, 세면기, 욕조, 수도꼭지까지 비누칠을 하며 씻습니다.
그 다음에는 뜨거운 물로 씻어내립니다.
맨 나중에 젖은 수건을 짠 다음에 물기를 대충 훔쳐내면 끝납니다.

회장실에서 나온 다음에는 책장을 정리합니다.
원래 거실청소하기 전에 하는 것이 순서에 맞습니다만, 머리가 나빠서 늘 순서를 헷갈립니다.
아이들이 볼 책과 그렇지 않은 책, 소설과 비소설 장편과 단편...머 대충 이런 기준으로 정리를 합니다.

청소가 끝나면 화분에 물을 주는 것으로 청소를 마무리합니다.
예전에는 화초의 잎사귀도 닦아주었는데, 나이탓인지 귀찮아서 그만 둡니다.

허리를 펴고 둘러보니 나름대로 개운합니다.
눈에 보이는 거실보다 더 개운한 것은 마음입니다.
청소하는 동안, 맘 속에 있던 욕심, 서운함, 분노, 고집...이런 것들도 함께 치워졌나 봅니다.

잠시 거실을 둘러 본 후 커피 두 잔을 준비합니다.
한 잔을 들고 조심스레 안방에 들어섭니다.
머리에 뿔난 각시에게 커피 한 잔을 올리며 한 마디 합니다.

"여보! 미안해. 화 풀어."

2008. 4. 1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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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부부쌈을 하고 나면 청소를 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런데 청소를 하고나면 화가 풀어지고 슬그머니 미안해지더라구요.
내가....늙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