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반장선거 칡>
맑은날T
2002. 3. 15. 17:34
얼마 전 윤석이가 2학년이 되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은 나이 지긋한 남자선생님이시랍니다.
윤석이는 그 담임선생님이 좋다고 합니다.
개학하고 이틀만에 선생님에게 매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개학하고 일주일 정도 지나서 반장선거를 했는데 윤석이는 부반장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그날 퇴근해서 물었습니다.
"너 무슨 마음으로 부반장에 출마했니? 아예 반장으로 나서지 그랬어?"
"반장은 연설해야한다고 해서 싫고 그래서 부반장에 나갔지."
"몇 표나 받았니?"
"네 표.."
"-_-;;"
"넌 누굴 찍었니?"
"당연히 나지."
국민학교와 중학교 다닐 무렵 학년이 바뀌기만하면 반장선거가 끝날 때까지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심하지 않지만 그 즈음에는 앞에 나서는 게 병적으로 싫었던 탓이지요.
그런데 으례 학년이 바뀌면 반장선거를 하고, 그러면 선생님께서 출마할 사람 손들라고 합니다.
그러면 요즘과 달리 서로 눈치만 살피면서 손을 들기를 꺼려하고 - 간혹 한 두 명이 손드는 경우도 있지만
- 그러면 선생님께서는 다른 학생을 추천하라고 하시고 저는 매번 본의 아니게 추천이 되었습니다.
인기가 많아서라기보다는 공부를 남들보다 약간 잘한다는 게 추천의 이유이지요.
그러면 결국은 앞에 끌려나가서 출마의 변을 한마디하는데, 저는 그때마다 '나는 적격이 아니다, 나 말고
기호 1번을 찍어달라.'고 연설을 하고 내려옵니다.
그러면 대개 부반장이 되곤 했습니다.
그때 투표하면서 한번도 저를 찍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투표를 하면 자기 스스로 출마한 아이조차 다른 아이를 찍곤 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 아이들의 반장선거는 선거전이 아주 치열하다고 합니다.
물론 부모님들의 극성도 심하지만 아이들 스스로도 반장자리에 대한 욕구가 대단하다고 합니다.
세월이 많이 변하긴 했나봅니다.
어릴 적에 리더역할을 해본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나라에는 지금도 너무 많은 리더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타협이나 설득보다는 강압과 강요에 익숙하고, 이해나 양보는 곧바로 패배로 인식하는 경향이
팽배합니다.
모두 자기 주장만을 하고 일단 주장을 내세우면 굽힐 줄 모르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만 같습니다.
원래 우리민족은 호랑이 기질을 타고나서 자기주장에 강한 민족이랍니다.
그런데 요즘의 어머니들은 대부분 자기 아이들이 리더가 되길 바라고, 아이들 기죽이기 싫다고 공공장소에서
떠들어도 흐믓하게 바라보면서 훌륭한 리더로 키우고 있으니, 이네들이 기성세대가 되면 우리나라는 휼륭한
지도자들만 있는 나라가 될 것 같아서 은근히 기다려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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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입니다.
콩과식물로서 꽃이 참 예쁩니다.
칡꽃을 자세히 보면 등꽃과 닮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 이들은 사촌사이쯤 될겁니다.
우리민족은 오랜 옛날부터 의ㆍ식ㆍ주 생활에서 칡을 여러 가지 용도로 이용해 왔다고 합니다.
일반 민중에게 칡은 곡물에 버금가는 구황식물(救荒植物)이었고, 부유층에게는 훌륭한 자양강장제였지요.
이른 봄에 칡은 캐어서 잘근잘근 입에 물고 다니던 기억이 나서 올려보았습니다.
2002. 3. 15 맑은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