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날T 2008. 4. 27. 22:13

 

봄이면...

꽃도 좋지만, 더 보기 좋은 것은 새싹이다.

 

숲에 갔다.

복사꽃은 지기 시작하고,

수수꽃다리는 멀리서 향기로 제 존재를 먼저 알려왔다.

귀룽나무, 팥배나무도 하얗고 작은 꽃을 피웠다.

그런데 꽃들보다 더 눈을 사로잡는 것은 새싹이다.

 

담쟁이 덩굴에 봄이 왔다.

겨우내 마르고 가는 까만 줄기로만 존재하더니,

어느새 새 싹을 밀어 올렸다.

                                                                           

 

 

여리고 순한 녀석은 따가운 봄 햇살에 다칠새라 조심스레 약간은 붉은 색이 도는 자외선차단제를 품고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따사롭기만 한 봄햇살은 어린 녀석의 투명한 잎새를 부드럽게 지나친다.

 

 

물푸레나무도 새싹을 틔웠다.

녀석은 새 순에 엷은 껍질을 씌워서 내보낸다.

행여 싹을 키우지 못하고 다칠새라..그렇게 가지 끝마다 조심스레 싹을 포장해서 내보낸다.

왕벚나무의 굵은 나무 줄기에서도 뜬금없이 새싹이 나왔다.

이렇게 나오는 녀석은 가지 끝에서 나오는 녀석과는 달리 무척이나 빨리 자란다.

굵은 줄기의 풍부한 양분도 빨리 자람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늘에서 태어난 탓에 빨리 가지자람을 하지 않으면 햇살을 받을 수 없다는 절박함도 있다.

 

 

        

                  <물푸레나무>                                           <왕벚나무>

 

 

그렇게....

모든 존재의 시작은 늘 아름답기만 하다.

그래서 봄은 아름답다.

 

2008. 4. 27.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