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없이 하는 생각

에스컬레이터가 묻습니다.

맑은날T 2008. 5. 20. 08:23

에스컬레이터가 묻습니다.  
[좌파입니까 우파입니까?]  
어두움에 속한 사람들은  짧은 휴식에 대한 권리를 부여받기 위해  에스컬레이터의 오른쪽을 택하고, 과거에도 오른쪽을 택했던 또 다른 어두운 이들의 손때가  묻어 있는 손받침대를 부여잡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희망만을 가슴에 품었지만  에스컬레이터가 오른쪽을 택한 사람들을  계속 올려 보낼수록 그 짧고 불완전한 휴식의 종식을 안타까워합니다.
서툰 휴식에 대한 아쉬움과 일상의 피곤함, 그리고 삶 자체에 대한 허무함이 에스컬레이터의 오른쪽을 짙게 물들입니다.  
지금도 에스컬레이터는 내게 묻습니다.    
[좌파입니까 우파입니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조심스레 에스컬레이터에 대한 사상적 가치관을 오른쪽에 실어봅니다.
나의 오른손이 손잡이에 올려지고 누군가의 식어버린 체온을 손잡이에서 느낍니다.
지하철마저 끊겨버리는 새벽 어드메가 밀려오면 좌파와 우파를 가르던 사상적 논쟁을 잠시 접어두고 에스컬레이터도 휴식을 취합니다.   
에스컬레이터도 휴식을 취하는 그 새벽..    
누군가는 불완전한 휴식의 권리마저 누리지 못하고 멈춰버린 에스컬레이터를 힘겹게 올라갑니다.   
그의 발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해도 결코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새벽이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는 온몸으로 그의 발걸음에 맞춰 덜컹거리며 말없이 온몸으로 그의 흐느낌을 대신 울려퍼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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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해서 컴퓨터를 켜니
사내메신져로 누군가가 보낸 글이 뜨네요.
커피 한 잔 들고 읽어 봅니다.
그 친구..많이 지친 듯 합니다.
늘 웃고 활기차고...
그래서 그것이 부러웠었는데..
그 친구도 힘이 드는가 봅니다.
산다는 것이 지칠 때도 있지요.
단지 모두가 그렇지 않은 척 하며 살고 있지요.
힘들고 지친 모습을 보이면 하이에나가 달려드니까 그런가 봅니다.

그대....
조금 쉬었다가 하세요.!!
이 방에는 하이에나는 없답니다.

                                                        2008. 5. 20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