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 활동한 맑은날..
세계화 시대입니다.
외국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고, 또 피할 수 없이 마주치기도 합니다.
영어를 배우기야 했지만, 실력이 시원찮습니다.
단어는 알지만, 듣지도 말하지도 못합니다.
말하기보다는 듣기는 조금 나은 편입니다만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길을 걷다가 외국인이 길을 헤매는 모습이 보일라치면 멀찌기서 돌아가기를 한 탓에 외국인과 대화를 하는 생뚱맞고 난감하고 면구하고 민망한 상황은 마주치지 않고 지금껏 잘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이번 지방 출장 길에 진짜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외국인과 마주쳤고, 대화를 하였고, 100% 완벽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월요일에 대구와 부산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대구에서 일을 마치고 부산에 가려고 동대구역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열차가 들어오고 사람들이 내리기를 기다렸다가 다 내린 듯 하여 입구에 다가가니 뒤늦에 흑인 한 명이 짐을 들고 내려려고 하더라구요.
그러다가 발을 다 내리지 않고 서서 저를 똑바로 보면서 말을 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 말을 들고 답을 하지 않을 수 밖에 없었지요.
그 대화를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아래와 같습니다. (영어 못하시는 분을 위해서 한글로 직역도 곁들입니다.)
흑인 : Dongdaegu? (여기가 동대구역입니까?)
맑음 : Ye, Dongdaegu. (아..동대구역에 내리려구요? 여기가 동대구 역이 맞습니다. 내리셔야 됩니다.)
흑인 : Thank you. (아이고, 감사합니다. 친철하기도 하셔라...)
그 흑인이 내리고 저는 열차를 타서 자리에 앉을 동안 제 가슴에서 요동치는 감회와 감격에 어쩔줄 몰라 해야 했습니다.
이제야 부모님에 힘들게 공부시키신 보람과 빛을 보는구나....
아..나도 외국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전혀 지장이 없구나.....
이제야 국제화시대에 어울리는 면모를 갖추었음이 확인되었구나...
앞으로 영어회화 과외를 하면 돈을 벌 수도 있구나......
좋은 일이 생기면 봇물 터지듯이 생기듯이, 오늘 출장길에서 돌아오는 길에 외국인과 대화를 2번이나 더 하게 되었습니다.
부산에서 KTX를 탔는데, 옆자리에 앉은 외국인 노부부중 할머니가 의자를 뒤로 젖히려고 등으로 미는데 젖혀지지 않아서 고생하는 것을 보고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 KTX 죄석은 등으로 뒤를 밀면서 엉덩이로 의자를 앞으로 밀어야 젖혀집니다. -
맑은날 : Hip ! (엉덩이를 같이 앞으로 밀어주세요.)
할머니 : 아..예. 감사합니다.
서울역에서 배낭여행을 하는 외국인과 나눈 진지하고도 긴 대화는 시간관계상 생략합니다.
하여간 어제와 오늘은 매우 특별한 날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
2008. 8. 26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