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일 둘..
사람이 까칠하면 참 재미가 적은데...
주위사람들은 불편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넘의 까칠함은 맘대로 되지를 않는다.
까칠한 일 하나.
지난 주 목요일 퇴근길이었다.
직원과 함께 신도림에서 2호선 까치산행 지선으로 갈아타고 온다.
갈아타는 곳으로 내려가는 길은 앞 부분과 뒷 부분 2곳이 있다.
그날 뒷부분으로 내려가는데, 공익근무요원이 계단입구에서 막고 앞부분으로 가라고 안내하고 있다.
그래서 뒤돌아서 앞부분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큰 소리가 터진다.
돌아보니 70세 전후로 보이는 어르신 한 분이 공익근무요원의 멱살을 쥐고 흔들며 소리를 치고 있다.
"이 새끼야. 내가 이 길을 가겠다는데 니가 뭔데 막아?"
"여긴 청소 중이라서 미끄러워서 그러니 저 쪽을 이용하십시요."
"야 임마. 난 그 쪽 길은 몰라. 이 길로 가야겠어.."
이러면서 멱살을 뒤흔든다.
이것을 보고 그쪽으로 다가가서 노인에게 좋게 한 마디 했다.
"어르신, 제가 길을 아니까 저 쪽으로 가시지요?"
"뭐야? 니가 뭔데 오라 가라야?"
"청소 중이라잖아요. 먼 길도 아닌데 협조해 주세요."
"야 임마...니가 왜 나서??"
삿대질을 한다.
그 노인네의 팔목을 비틀어 쥐고 앞부분 계단으로 끌고 갔다.
얼굴은 미소를 가득히 한 채...버티는 노인네를 강제로 끌어다가 계단으로 내려다 놓고는 더 이상 시비가 불편하여 인파 속으로 숨어 버렸다.
그 노인네 그날 저녁 팔굼치가 좀 아팠을 게다.
까칠한 일 둘
어제 저녁식사를 하고 산책을 나왔다.
아파트 인근에서 일요일마다 오는 출장자전거 수리 아저씨의 출장점포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가끔씩 자전거 손보러 와서 수리도 도와주고 해서 아주 친하다.
올 봄 어느 일요일에는 자전거 3대를 수리해준 적이 있었고, 그날 점심은 그 아저씨가 짜장면을 쐈다. ^^ (그날 집에 가서 각시에게 디지게 욕먹었다)
그렇게 수리하는 아저씨 곁에서 있는데, 일을 마칠 즈음인 9시경, 반팔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50대 아저씨 한명이 고급자전거 한 대를 끌고왔다.
한 눈에 좋아보이는 자전거다.(대락 몇 백만원은 하는 자전거다)
안장도 뽀대 지대로다.
그 아저씨가 오더니 다짜고짜 자신의 가게라도 되는 양, 새 면장갑을 한 켤레 끼더니, 자전거 아저씨에게 한마디 반말을 건넨다.
"아저씨, 여기 체인분리공구 좀 줘."
자전거 아저씨는 마지막 정리하느라 바쁜지 별 생각없이 공구를 주면서 조심해서 사용하라고 한다.
'저런 십.장.생같으니라구.... 반 말 찍찍거리네...'
그 공구를 받아든 반바지는 자신의 자전거 체인을 분리하려고 혼자서 10분을 낑낑대는데, 영 하는 짓이 어설프다.(이런 작업은 자전거 핸들과 안장을 바닥에 가도록 180도 뒤집어서 작업해야 수월하다)
삐딱한 시선으로 곁에서 보다가, 결국 한마디 참견을 했다.
"그 작업은 자전거 안장이 바닥에 오도록 뒤집어서 하시면 편해요."
"..................."
힐끔 거들떠 보더니, 아저씨의 공구함에서 수건을 한 장 꺼내와서는 바닥에 깔고 그 곳에 안장이 오도록 뒤집어서 작업을 한다.
그러고도 손이 영 어설픈지, 분리를 못하자, 아저씨가 오더니 불빛 가까운 곳으로 자전거를 들고 가서 분리하려고 옮기니까, 반바지가 호들갑을 떤다.
"아저씨 안장 그거 비싼거니까, 맨바닥에 하면 안되요."
아저씨가 체인을 분리해 주자, 반바지가 체인을 분리해내면서 아저씨에게 물어본다.
"체인 새 것으로 갈면 얼맙니까?"
"만이천원입니다."
"아, 체인 하나가 왜 그리 비싸......외국제도 아닌 거 같은데.....꿍시렁꿍시렁..."
'저런 신.발.끈.같으니라구...또 반말지꺼리네....'
그러더니 그 양반 갑자기 자전거를 두고 사라졌다가 나타나는데, 집에 있는 다른 자전거 한 대를 끌고 오더니 그 체인을 벗기려고 시도한다.
그걸 지켜보던 아저씨가 급기야 한 마디 한다.
"손님, 저 지금 점포 정리하고 가야 해요."
"아, 서비스로 이거 좀 벗겨서 저쪽에 갈아 껴줘요."
"아니, 시간도 없고, 그걸 갈아끼우는 일을 서비스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일도 아닙니다."
"동네장사 하시면서 이런 서비스도 안 해줘?"
"..................."
"아, 이거 이런식이라면 이 동네 와서 장사할 수 없지..."
"..................."
그 십.자.수같은 반바지가 계속 반말로 공갈비슷하게 지껄인다.
점심은 짜장면으로 떼우고 저녁도 먹지 못한 자전거 아저씨가 못내 안쓰럽다.
그리고 나의 까칠한 털을 반바지가 자꾸 건드린다.
"아저씨! 아저씨가 이 동네 대표도 아니구요, 그리고 제가 보기에도 이런 시간에 저런 일을 서비스로 해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인 듯 하네요."
"????"
"그리고 뭐하시는 분인지 모르겠는데요, 아무나에게 말 끝 툭툭 잘라먹으시면 듣는 사람이 불편하죠..."
그 십.장.생에다, 신.발.끈에다, 십.자.수에서 십.개.월에다, 십.자.군 같은 반바지..
멀뚱하니 나를 쳐다보더니,
손에 든 연장을 툭하니 던지고 가버린다.
자전거 아저씨가 하는 말....
"저 양반 알아요. 여기 처음 올 때 자전거 손봐달라고 해서 손대었다가, 6개월간 시달렸답니다. 소리가 난다느니, 핸들이 부드럽지 못하다느니, 바람이 자꾸 빠진다느니....저 양반은 수리해달라고 해도 거절해야 해요."
아마도, 이리 살다가 어디가서 디지게 얻어 터지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2008. 9. 8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