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을 다녀왔습니다.
월출산, 달빛을 헤치며 오르고, 안개를 걷으며 하산하다.
ㅇ장소 : 월출산 (정상 천황봉 808.7m)
ㅇ일자 : 2008.9.19(금), 20(토) 무박1일
ㅇ소재 : 전라남도 강진군, 영암군
ㅇ날씨 : 맑았다 흐리다 비옴
ㅇ인원 : 24명
ㅇ산행코스
A코스 : 천황사 매표소 - 천황사 - 구름다리 - 쇠사다리길 - 매봉 -통천문-천황봉-남근바위-바람재 -구정봉-향로봉-미왕재 억새밭-도갑사 계곡길-도갑사 (8.5km 6:00 소요)
B코스 : 천황사 매표소-천황사-구름다리-쇠사다리길-매봉-통천문-천황봉-남근바위-바람재 갈림길 -경포대입구 (6.8Km 4:30 소요)
ㅇ월출산개요
산림청 추천 100대 명산(국립공원), 경관이 아름다우며 난대림과 온대림이 혼생하여 생태적 가치가 크고 국립공원으로 지정(1988년), 천황봉을 중심으로 무위사 극락보전(국보 제13호), 도갑사 해탈문(국보 제50호)가 있음. 구정봉 밑 용암사터 근처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국보 제144호인 마애여래좌상이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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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추천이 있었다.
월출산은 꼭 가볼 만 한 곳이라고...
그 추천이 아니라도 이번에는 갔어야 할 산행이었다.
회사 내 산사랑에 동호회 가입만 해놓고 한번도 함께하지 못했기에...
(사실 하산후 회장님의 심경을 들어보니 꼭 출석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회장님이 간절히 바라는 회원은 <회비는 납부하되 산행은 자제하는> 은일자적 회원을 갈망하고 있었다.)
출발과 도착
9.19. 21:00, 24명 모두들 시간을 지켜 버스에 승차했고, 간단한 출석점검과 21:20경에 출발했다.
(리무진 버스라고 들어나 봤나, 의자가 확 젖혀지고 쿠션이 끝내 주는.....^^;)
휴게소에 두어번 들러서 휴식을 취하고 천황사매표소 주차장에 도착하니 딸랑 새벽 2시다.
요상하게도 아내(그네들은 부부라고 했지만 영....)를 조수로 데려온 기사아저씨가 바로 불을 확 켜면서 산에 가라고성화다.
잠이 들만하면 휴게소에 들리면서 안내방송을 하는 통에 수면을 전혀 취하지 못한 몸에다, 새벽에 일찍 올라서 일출을 기다리자면 산에서 망부석이 되어버릴 듯 하다.
그래서 불을 끄도록 하고 다시 눈을 감았지만 잠은 영 오지를 않는다.
게다가 옆자리 앉은 이과장의 중얼거림에 웃느라 잠이 확 달아나고 말았다.
"이렇게 누웠다가 눈 떠보면 아침이면 어쩌지?"
어쩌긴 바로 아침 먹으러 가는거지...
산행시작 - 천황사
9.20. 02:40경, 이차장님이 올라와서 다들 올라가니 함께 가자고 깨운다.
잠도 오지 않는 터라, 벌떡 일어나서 버스를 내렸다.
총무님이 준비한 물 한 통과 김밥 도시락을 받아 챙기고 바람막이를 입고 산으로 올랐다.
추석을 지난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은 탓에 아직 통통한 달이 엷은 구름 속에서 산을 조망하도록 도와 주었다.
바위산이 바로 눈 앞으로 불쑥 솟아 은은한 달빛을 받으며 산꾼을 유혹하고 있었다.
야영장을 지나니 곧바로 길은 나무 숲 속으로 파묻힌다.
렌턴의 도움을 받아 얼마 간을 오르자, 천황사가 나타나고, 천황사의 개들이 때 이른 산꾼들의 발소리에 놀라 짖는다.
그 소리에 스님들이 행여 새벽 잠을 설치지나 않을까 살짝 염려하며 길을 올랐다.
천황사-구름다리
천황사를 지나자 길은 본격적으로 바위를 드러내며 가팔라졌다.
천황사를 조금 지나쳐서 휴식을 취하는 선두를 만나서 함께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했다.
너무 이른 산행시작에 정상에서 얼쩡거림을 줄이고 산행의 피로도를 조절하고자 쉬엄쉬엄가자고 했지만, 겨우내 우리에 갇혔던 준마처럼 넘치는 다리 힘을 주체 못하는 젊음이 너무 많았다. ㅡ.ㅡ;
천황사를 지나고부터 본격적인 암릉지역이 시작되면서 산길은 나무를 벗어나면서 달빛 속의 산세가 문득문득 드러내었고, 그렇게 살짝 살짝 보여주는 준수한 산세가 운치있게 아름다웠다.
가파른 길을 한 구비 더 돌아서니 드디어 구름다리가 보인다.
희뿌연 달빛 속에 어렴풋이 보이는 구름다리를 혼자 앞 서 본다는 것은 욕심같아서 정자 앞에서 일행이 오기를 기다리며 쉬었다.
구름에 달 가는지, 달에 구름이 가는지 조금씩 많아지는 구름이 서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달무리진 하늘, 흐린 달빛으로 신비감을 더한 바위를 보며, 그 광경을 눈에만 담고 만다는 것이 아쉽기만 해서 카메라를 꺼내들었지만, 언감생심이다.
구름다리는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원래 구름다리란 아찔함과 위험함을 느낄 정도의 흔들림이 있어야 하는데, 워낙 튼튼하게 철교처럼 만들어져서 살짝 아쉬움이 있었다.
구름다리- 천황봉
구름다리를 건너서 회장님과 강영희님이 가져온 사과를 꺼내서 나누어 먹으면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사자봉을 거치면서 내리막길을 시작되었다.
한참 내려가다가 다시 오르막길을 접어들면서 멀리 불빛이 보여서 확인하니 계곡을 따라 올라온 총무님과 송영조과장이다.
우리들은 별로 였는데, 두 분은 무지 반가워하는 목소리다. ㅎㅎ
그 목소리를 따라서 다시 산을 오르니 바위구멍이 나타난다.
통천문(通天門)이다.
통천문을 지나 곧 천황봉 정상에 올랐다.
06:00경쯤이었나 보다.
천황봉에는 비박하는 사람들이 여기 저기에 침낭을 뒤집어쓰고 누워있다.
처음부터 쭈욱, 쓰리 강(모두 진주 강씨란다)은 선두를 지켰다.
천황봉 - 남근바위 - 바람재
천황봉에 올라서 사위를 조망하니 아직 해는 뜨기 멀었고, 보성방면인 동쪽 하늘을 보니 구름이 잔뜩 있어 일출은 보기 힘들 듯 하였다.
북쪽으로 영암읍내는 아직 가로등 불빛이 남아 있었고, 서북쪽으로 영상강이 뿌연 여명 속에 뱀처럼 목포로 흐르고 있었다.
정상에서 옹기종기모여 앉아서 아침식사를 했다.
처음부터 함께 한 쓰리강(강팀장, 강팀장, 강영희님)과 김센터장님이 함께 했다.
찰떡과 빵과 김밥과 김대리 부부가 준비한 육포, 강영희님의 복분자주, 송차장님이 준비해 온 오디주로 성찬이 차려졌다.
식사를 마치고 사진을 찍는데 빗방울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꽤 굵게 변한다.
사진 두 컷을 찍고 서둘러 하산길로 접어든다.
남근바위에 다가가기 전에 남근바위 안내판이 서 있었다.
직원들은 사진 속의 남근바위를 두리번거리며 찾는데, 영 보이지를 않는다.
'부.러.졌.나???'
사진을 지나쳐 바위를 돌아서니 짜다라 잘 나 보이지 않는 남근바위가 보인다.
그래도 봄이면 그 꼭대기에 진달래가 핀다나....
남근바위를 지나치니 바람재 갈림길이 보인다.
*바람재 :
바람이 많은 곳이라서 붙인 이름이다. 산에는 능선에 바람이 많이 불고, 정상보다 바람재처럼 U자 모양의 맨 아래 능선이 유독 바람이 심하다. 그 이유는 베르누이 정리를 학습하면 아시리라. 좁은 곳에 많은 바람이 지나가려면 압력은 낮아지고 속도는 빨라진다나...
바람재-구정봉-향로봉-억새밭
바람재에서 A코스와 B코스는 나뉘었다.
A코스는 회장님, 쓰리강, 김센터장,송차장님, 이차장님, 이과장, 한대리, 허대리이고 나머지는 B코스다.
바람재에서 구정봉을 거쳐 미왕재 억새밭까지는 나무가 별로 없고 풀과 바위가 많은 민둥산이었다.
구정봉에는 마애여래좌상이 있었는데, 못보고 지나쳤다.
구정봉을 지나서 억새밭 갈림길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도갑사로 이르는 계곡길을 내려갔다.
억새는 아직 다 피지 않았고, 억새밭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하게 그 너비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시원한 바람과 조망은 아름답기만 했다.
억새밭 - 도갑사 하산
억새밭을 지나자 본격적인 홍계골과 도갑사계곡으로 이어지는 계곡길이 시작되었다.
계곡에는 물이 별로 없어 늦은 시원하게 씻지를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도갑사에 이르러 극락보전과 해탈문을 건성으로 보고 지나쳤다.
크게 중건공사를 벌이고 있었다.
절이든 교회든 성당이든 덩치 큰 성소는 영 맘에 차지 않는다.
괜히 겁주려는 듯 해서일까...
해탈을 하지 못한 채 해탈문을 벗어나서 좀 더 하산을 하니 마을이 나타나고 400년이 묵은 팽나무가 반긴다.
09:20쯤,...
6시간 40분이 걸린 산행의 끝이었다.
아점과 점저
10시쯤 되어 영암읍내에서 연포탕과 짱둥어탕과 갈낙탕으로 아첨을 먹었다.
고문이신 상무님이 쏘신단다.
상무님은 짱뚱어탕으로 주문하길 간절하게 바라셨지만, 6천짜리 짱뚱어탕은 1명만 시키고 모두 1만5천원짜리 연포탕이다.
23명은 고문하는 즐거움으로, 1분은 고문당하는 고통으로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홍성에 있는 남당리로 이동하였다.
11시쯤, 차를 타자마자 잠에 빠졌다. 아마도 모두들 잠에 빠졌으리라.
눈을 뜨니, 2시쯤 되었고, 버스기사는 빗속을 질주하며 영화"스피드"를 찍고 있었다.
세상에 빗속을 140킬로미터라니....
운전기사의 활약 덕분에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홍성에 있는 남당리에 도착했다.
펄펄 뛰는 대하와 전어구이, 전어회가 점저의 메뉴이다.
밥 먹고 자고 일어나자 마자 또 먹는데, 사람들은 금새 식흥에 어쩔 줄 모른다.
오도리로 입맛을 돋군 다음, 대하구이와 전어회가 나오자 술이 절로 땡긴다.
다들 씨끌벅적한 점저를 마치고 5시쯤 조금 못되어 출발을 했다.
귀경 노래방
돌아오는 버스에서 김센터장님이 노래를 부르고 싶으신가 보다.
자꾸 버스기사의 부인(?)을 졸라서 노래방을 시작했다.
금새 후끈 달아올랐다.
강팀장님의 "꼬마인형"을 필두로 노래가 한 순배 돌았다.
고문님, 회장님(무려 3곡을 불렀다), 총무님, 강영희님, 이보라님, 이진님.....다들 가수 빰친다.
휴게소에 잠시 들린 다음 이루어진 2차 노래방은 온과장의 사회로 서바이벌 노래방이 연속되었다.
신이 나서 떠드는 통에 점잖으신 이평복 차장님도 한 곡 거들었다.
다들 노래 한 순배가 돌고, 드디어 그날 노래방의 압권...홍총무님의 노래가 시연되었다.
"킬.리.만.자.로.의..표.범"
경악을 금치 못할 선곡이다.
노래방 출입 25년만에 노래방에서 처음 들어보는 노래이나, 노래 시작과 시작되는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진지한 포스에 다들 압도 되었다.
결혼 못한 노총각의 애절함과, 산을 사랑하는 산사랑 총무의 책임감과 동호회 활성의 각오가 한꺼번에 묻어나니, 노래는 갈수록 숙연해지더니, 급기야 비장미가 흐르기 시작한다.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우렁찬 박수소리와 함께 노래방은 서서히 막을 내렸다.
도착 및 해산
19:40경, 사무실에 도착했다.
고생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회장님과 총무님, 고문님 그리고 운영진의 노고에 더 깊은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산에 익숙치 않으면서 끝까지 함께한 초보 산꾼들의 수고로움에 박수를 보내며 멋진 산꾼으로 함께 하길 바란다.
산 느낌
많이는 다니지 못했지만 몇 번의 전라도 지방 여행에서의 느낌은 부드러웠다.
평평한 구릉지대, 드넓은 평야, 완만한 육산, 늘어지는 육자배기 모드 포근하고 따사로운 어머니의 품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 어디에도 광주민주항쟁의 매운 맛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산행에서 그 매운 맛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알았다.
바로 월출산이었다.
남도지방을 더 다니면 더 매운 맛을 찾아내겠지만, 남도지방 특유의 톡 쏘는 매운맛은 월출산에서 비롯되었는지 모른다.
사방이 평야지대임에도 월출산 하나가 빼어나게 암릉산으로 솟아 있음은, 순한 된장찌게에서 톡~ 쏘는 맵고 아린 고추맛이었다.
월출산의 나무와 풀
야간산행이라서 나무와 풀을 많이 보지 못했고 그것이 못내 아쉬웠다.
산행 입구에서 시작되는 산죽(山竹)군락과 동백나무들이 남도지방임을 알리고 있었다.
난대림과 온대림의 혼생이다.
동백은 올 봄에 피운 꽃이 굵은 열매로 맺혀 있었고, 꽃망울은 보이지 않았다.
작살나무와 물푸레나무, 때죽나무가 많이 보였다. 하산길에 본 서어나무와 대패밥나무는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식생이다.
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취나물이 들국화처럼 앙증맞게 꽃을 피우고 있었고,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정상에 많이 피어 있었다.
일기가 좋지 못하여 사진으로 담지 못한 것이 아쉽다.
2008. 9. 22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