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없이 하는 생각

까치밥에 대한 단상

맑은날T 2008. 11. 25. 08:47





<까치밥과 까치>



시절,

이맘 때와 같은 늦가을 풍경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까치밥이다.

감나무 잎이 붉거나 혹은 노랗게 단풍 들었다가, 찬 서리가 한번쯤 내리고 나면 밤새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다.

그렇게 단풍이 다 지고난 다음, 맑고 푸른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새빨갛게 익은 감 두어개가 앙상한 가지에 달려 있는 풍경은 상상해 보라.

그 감은 파란 하늘에 빨갛게 새로 돋아난 별이었다.


다 아다시피 까치밥은 감을 수확하면서 나무마다 두어개씩 따지 않고 둔 감을 말한다.

그렇게 나무에 달린 감은 겨우내 까치와 참새의 먹이감이 된다.

감 하나면 어린아이 한끼가 해결되던 그 어려운 시절에도 까치밥은 달려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까치밥을 우리 한민족의 베품과 여유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보릿고개를 넘다가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던 어려운 시절, 베품과 여유라는 감정의 사치가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그것은 베품과 여유라기 보다는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생각, <주위의 모든 자연과 짐승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농경민족의 자연주의 생활의 평범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한다.

내가 키우는 새장 속의 앵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베품과 여유가 아니라 그냥 생활인 것처럼...........


예전에는 하늘을 날던 까치도 남이 아니었으나, 이제는 길을 걷다 넘어진 옆집 아이도 남이 되어가는 것만 같다.


                                                                                                             2008. 11. 25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