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조◀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생하셨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당신은 언제나 비주류였습니다.
인생의 출발에서부터 비주류였고, 비주류로 자랐습니다.
가난으로 대학을 가지 못한 비주류였고,
독학으로 고시에 합격한 후에도 연수원에서 고졸출신의 비주류였다지요.
당신도 주류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판사복을 벗고 인권변호사로 다시 비주류의 길을 택했습니다.
정치에 투신하면서도 비주류인 야당으로 활동하였고, 3당 야합을 통한 주류로의 탈바꿈을 과감하게 거부하고 다시 비주류로 남았습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도 당신은 비주류였습니다.
당신의 대통령 당선은 천년에 한번 생기기 어려운 기적이었고, 절대 권력이라도 절대 부패하지 않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준 재임기간에도 당신은 늘 비주류였습니다.
당신이 돌아가신 오늘, 이 나라 주류들은 "있을 수 없는 안타까운 일"이라며 악어의 눈물을 보여주었다지요.
그들의 이 말은 그들의 기준에는 맞을 것입니다.
"도덕적 흠결"을 괴로워 한다는 것이, "수치감"을 느낀다는 것이, 그리고 그 "수치감"이 자신의 생명을 결단할 수도 있다는 것은
그들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도 힘들고, 있을 수도 없는 일"임에는 분명하겠지요.
천성이 까칠해서인지 역대 한민족으로 통솔한 지도자들 중 존경할 인물을 찾지 못했는데,
당신은 존경하는 인물이었고, 살아있는 유일한 인물이었습니다.
맹자가 그랬던가요.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네 가지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남을 사랑하는 측은지심,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는 수오지심, 겸손하여 남에게 사양할 줄 아는 겸양지심,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시비지심이 그것이지요.
당신은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이 나라에서 네 가지 마음을 갖춘 유일한 정치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네 가지 마음에서 그 하나라도 가진 정치인이 귀한 아 나라에서 말입니다.
당신은 이 나라에서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그 열망을 추려모아서 태어나신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당신이 말씀했던대로 보통사람으로 태어났고, 다만 남들보다 의지가 강했고, 청렴했으며, 부끄러움을 아는 인물이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믿음을 실천에 옮긴, 현실에서는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지만 교과서에서는 흔히 보이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언론에서는 어설픈 심리학자를 동원하여 당신의 자살동기를 분석합네 호들갑질을 또 합니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목숨을 결정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하지요.
당신이 그런 결정을 하게된 것은 분석합네 할 일이 아니며, 그러한 추측은 당신을 또 다시 모욕하는 일이지요.
스스로 청렴했고, 그렇다고 믿었고 또 당신을 지지하던 국민들의 열망도 그러했다는 것을 알고 계셨지요. 당신은 스스로와 가족 모두가 검찰의 수사를 받고 "논두렁에 버린 시계를 찾자"라는 따위의 조롱을 견기디가 힘들었겠지요.
그런 면에서 보면 저도 당신의 결심에 기여를 한 듯 하여 괴롭기만 합니다.
저도 당신을 지지했고, 그분의 완전무결을 기대했고, 도덕적 완정을 갈망했으니까요.
이러한 기대가 얼마나 무거웠을까요.
이제는 레테의 강을 모두 건넜는지요?
유서를 작성하고 집을 나와서 돌아가시기 직전에 경호원에게 담배 한 대를 청하셨다지요.
아~
당신께서, 마지막에 피우고 싶은 담배 한 모금이라고 피우고 돌아가셨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을 버릴 수 없습니다.
당신의 영정 앞에 담배 한 모금 바칩니다.
2009. 5. 23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