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건강검진

맑은날T 2009. 11. 17. 16:19

 

마흔이 넘어가면서 매년 정기건강검진을 받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회사에서 비용을 나눠서 부담하나보다.

벌써 몇년째  건강검진을 받고 있지만 늘 부담스러운 일이다.

혹여 무슨 이상이 있다고 정밀검진을 하자는 건 아닐지....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불치병이 확인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위내시경검사는 검사자체만 해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지난 주 예약을 미리 해 놓고, 어제 저녁은 8시까지 마치고 그때부터 물 한방울 먹지 않다가,

아침에 검진을 받으러 갔다.

왜 하나 싶은 키, 무게, 시력, 청력검사를 먼저 하고,

피 뽑고, 안저검사, 안압검사를 하고 엑스레이 몇 장 찍고 초음파실에 들어갔다.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지방간'이란다. (무서운 넘들같으니...)

 

이런 저런 검사를 거치고 남은 마지막 검사는 역시 위내시경이다.

약간의 비용을 추가부담하고 수면내시경을 하면 편안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기는 하나,

내 의지를 완전히 놓고 입을 헤벌레 벌리고 널부러져 있다는 것이 영 마뜩찮고,

또 위장도 함께 헤벌레해지기때문에 검사의 신뢰도도 떨어진다고 해서 그냥 내시경을 하기로 했다.

작년에도 일반내시경을 했는데 별로 어렵지 않았는데 올해는 목감기가 있는 탓인지 조금 더 힘들거라고 겁을 팍 준다.

먼저 주사맞고 물약을 먹고 대기하고 있으니 들어오라더니, 국부마취제를 입안에 뿌려주고 삼키란다.

(저거 훔쳐서 술집에 팔면 돈 될텐데....)하는 생각이 퍼떡 든다.

혀와 목이 마비되는 불쾌한 느낌.....

이윽고 굵직한 내시경검사기계를 입안에 밀어 넣더니 빙글빙글 돌리면서 검사를 하는데, 솟구치는 욕지기를 견디기가 힘들기 짝이 없다.

 

내시경 검사를 하는 의사가 독립운동가를 고문하는 일본경찰이거나, 운동권을 조사하는 공안검사나 공안경찰이라면 내 손으로 내시경을 뽑아내고 다 자백하겠건만,

첨보는 의사에게 자백할 그 무엇이 없기에 끝까지 눈물을 흘리면서 참아내었다.

눈물을 한바탕 쏟으면서......

검사를 마치더니 의사가 위에 약간의 궤양이 보이나 건강한 편이라고 한다.

 

몇 가지 검사로 사람의 건강을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큰 이상은 없는 듯하여 다소 안심이 된다.

 

2009. 11. 16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