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산행하다.
지난 토요일,
관악산을 올랐습니다.
전철을 타고 과천 정부종합청사역에 내렸습니다.
조금 쌀쌀하긴 해도 상큼하다고 해석할 정도의 바람이 얼굴을 쓰다듬고 갑니다.
구세군학교 뒷편을 들머리로 삼아 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그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 흙 길과 바윗 길, 가파름과 완만함이 적당하게 버무려져 있어 지루하지 않고 재미난 길입니다.
산에 접어드니 주중에 내린 눈이 아직도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구세군 학교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눈 천지였다. - 진달래 능선>
볕이 잘 드는 양지 바른 곳에는 눈이 거의 스러졌는데,
북쪽을 면한 곳은 아직도 발이 푹푹 빠질 지경으로 겨울이었습니다.
햇살도 청명하고 눈 앞에 눈(雪)도 청명하였습니다.
따스한 햇살아래 막 녹아 내리는 한 줌 남은 잔설이 애처로워서 한 컷을 담았습니다.
<흙에는 봄이 왔는데, 그 봄 위에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다. 황토 위의 잔설>
죽어 메마른 나뭇가지도 햇빛을 거슬러 눈 위에 남긴 그림자가 되어서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사진으로 남겨보니 고색창연하여 태백산 어디메쯤 다녀왔다고 뻥 한번 쳐볼까하다가, 지그시 참았습니다.
<메마른 가지가 햇빛을 거쳐 눈을 만나면 그림으로 태어난다>
정상 부근에서 잠시 다리 쉼을 할 때, 들고양이 한 마리가 먹을 거리를 찾아 주변을 맴돕니다.
덩치는 자그마하여 어린 녀석 같은데, 배를 보아하니 새끼를 가진 모양입니다.
미혼모의 아픔에 가슴이 찡해져서 먹거리 몇 개를 던져주니 겁없이 다가와서 받아 먹습니다.
청소년 가출의 위험성을 경계하고자 다시 한 장을 담았습니다.
<고양이 눈을 보면 나른해진다. 고양이는 봄과 어울린다. 가출하여 사고친 그녀>
<오르는 길에서 신들메를 당겨 맨다. 인생에서도 신들메를 당겨야 할 때가 자주 있다.>
<살면서 '~~척'해야 할 때가 더러 있다. 커피를 먹는 척하지만 사실은 폼 재는 거다.>
<하산하여 버스를 기다린다. 산을 내려와서 도시인이 되면 늘 기다려야 한다. 현대인의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