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날T 2010. 3. 3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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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하루종일 쉬지도 않고
고운 봄비가 내리는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막 돋아나는 풀잎 끝에 가 닿는 빗방울들,
풀잎들은 하루종일 쉬지 않고 가만가만
파랗게 자라고
나는 당신의 살결같이 고운 빗줄기 곁을
조용조용 지나다녔습니다
이 세상에 맺힌 것들이 다 풀어지고
이 세상에 메마른 것들이 다 젖어서
보이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내 마음이 환한 하루였습니다. 어제는 정말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고운 당신이 하얀 맨발로
하루종일 지구 위를
가만가만 돌아다니고
내 마음에도 하루 종일 풀잎들이 소리도 없이
자랐답니다. 정말이지

어제는
옥색 실같이 가는 봄비가 하루 종일 가만가만 내린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 김용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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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소식이 많은 봄날입니다.

젊은 군인들이 수십명씩 차가운 바다 속에서 유명을 달리하고,

먼저 떠난 누이가 그립다 세상을 버린 연예인 소식이 들리고,

바닷가에서 교통사고로 8명이 동시에 사망한 사고 소식도 들립니다.

 

가만히 봄비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마른 가슴 젖게 하고,

슬픈 가슴 씻어주고,

흐르는 눈물 가만히 가려주는,

봄비가 가만가만 왔으면 좋겠습니다.

2010. 3. 30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