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구나

대장내시경을 하다.

맑은날T 2010. 7. 5. 09:04

 

지난 토요일 대장 내시경을 했다.

천안함 사태에 책임있는 대장(大將)을 깁수키 조사한 것이 아니라,

수분흡수와 소화되지 않는 음식잔여물을 배출하는 대장(大腸) 내시경을 했다는 말이다.

 

지지난 토요일,

교육방송에서 방영되는 "명의"란 프로그램에 대장암에 대한 내용이 방송되었는데, 시청하다보니, 고스란히 나의 증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겁이 덜컥 났다.

그렇잖아도 작년 건강검진 때 대장내시경을 받기로 했다가 시간이 안되어 포기했던 터라...

전화와 인터넷으로 몇 군데 알아보고 동네 의원에서 검사를 받기로 예약을 했다.

지난 목요일에 각시를 병원으로 보내어 예약하게 했다.

병원에 다녀온 각시는 물약이 든 작은 플라스틱 병 2개를 가져와서, 금요일 저녁은 6시에 죽으로 간단히 먹은 다음에 7시에 한병을 들이키고 물을 1리터가량 마실 것을 주문했다.

금요일 조금 이른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하니 7시 가량..

푹 끓인 누룽지를 먹고 8시 경에 약물을 먹었다.

약을 먹는 순간 각시와 둘째 경욱이 녀석은 언제부터 설사반응이 나오는지 무지 궁금해했다.

생수를 1리터가량 쉴새없이 들이키고 기다리는데 반응이 영 없다.

그러다 밤 10시가 지나면서 속에서 부글거리는 느낌이 오더니 10시 30분에 처음 일을 봤다.

아주 시원하게...

그리고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축구를 보면서 서너번 드나들었다.

1시가 좀 넘어 잠을 잤는데, 자다가 1번 정도 화장실에 갔다.

물론 세수하거나 양치하러 간 것은 아니고....

새벽 6시에 물약을 다시 들이키라고 했기에 시계를 맞춰놓고 자다가 6시에 일어났다.

졸린 눈을 부비며 약물을 다시 한병 마시고 물을 먹었다.

잠은 싸악 달아났고....

 

조금 기다리니 다시 신호가 와서 화장실로 들어가니 거의 물만 나오는 수준..

두어번 더 들어가고 나니 이제는 맑기가 설악산 오색약수처럼 잡티하나 없이 깨끗하다.

색깔만 약물색으로 노르스럼할 뿐....

얼마나 깨끗했으면 '내 몸이 혹시 정수기가 아닐까?', '다시 먹어보면 어떤 맛일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9시경 샤워를 하고 옷을 깨끗이 갈아입고 병원으로 갔다.

병원 입구 주차장에 가니 주차관리하시는 아저씨가 어디에 왔느냐고 묻는다.

병원 이름을 이야기하니, 아저씨는 내 얼굴을 다시 쳐다보면서 찝찝한 표정으로 부드럽게 웃어 주시는데 영 기분이 개운찮다.

병원에 도착하니, 바지를 주면서 속옷을 다 벗고 갈아 입으랜다.

바지도 희안하게 생긴 것이 엉덩이 쪽에 구멍이 뻥 뚫렸는데, 덮개로 가리게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한번 더 다녀와서 병실에서 기다리는데, 간호사가 수액제를 들고 들어온다.

 

"변은 몇 번 보셨어요?" 

"대여섯번 넘는 거 같은데요."

"찌꺼기는 나와요?"

"아니요. 찌꺼기 안나오던데요?"

"진짜 안나와요? 가끔씩 안나오신다고 했는데 많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서요.."

"아주 깨끗해요. 다시 받아 먹어도 될 정돕니다.."

"ㅎㅎㅎㅎㅎ. 그럼 안심이네요."

 

수액제를 맞으며 좀 기다리니 수술실(검사실)로 데리고 가더니 누우라고 한다.

그때 시간이 10시 30분쯤...

검사실에서 모로 누우라고 하더니 수면제(?)로 보이는 주사 앰플을 투여하면서 눈을 감으라고 한다.

눈을 스르르 감았는데 그때부터 기억이 없다.

 

벌떡 눈을 뜨보니 처음에 누웠던 병실에 다시 와서 자고 있다.

어질어질한 와중에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30분이다.

 

'세상에나....3시간동안이나 의식없이 나를 방치했구나. 호스가 내 창자를 디비고 다니는 것도 모르고....'

 

벌떡 자리에 일어나서 진료안내 하는 곳에 가니 사람이 없다.

점심시간인가 보다면서 사람을 부르니, 의사가 들어오라고 한다.

멍청한 의식으로 들어가보니, 컴퓨터에 기록된 내시경 사진을 딸랑 4장을 보여준다.

가장 깊이 들어간 맹장부근과 가운데 2장 그리고 직장(회사가 아니고 直腸) 사진이다.

아주 깨끗한데, 장의 길이가 좀 긴 편이어서 변비 같은 것이 잘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특별히 약 처방은 없고 유산균을 좀 먹어야 하니 생유산균 처방을 하겠다고 해서, 집에서 먹고 있다고 하면서 돌아 나왔다.

검사비는 83,000원. 주차는 무료..

검사하기 전에 가장 염려했던 최악의 상황은 없었다.

회충과 편충과 요충이 대장내에서 유영을 하면서 내시경 카메라 앞으로 몰려들어 서로 출연하려고 경쟁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없었던 것 또한 다행이다.

 

꼬리글 (대장 내시경 정보)

 

테레비에서 하는 말은...

대장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대장 용종이나 조기 대장암은 증상이 없기 때문에 50세가 되면 대장 증상이 없어도 대장 상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3-5년 간격으로 정기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를 검사를 받아야 한답니다.

가족 중에 대장암이나 대장 용종이 있는 경우는 30대에 검사를 시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연령에 상관 없이 만성 변비, 설사 등 대변 습관의 변화, 대변이 가늘거나 혈변 및 복부 팽만감, 복통 등의 대장증상이 있는 경우나 이유 없는 빈혈이나 체중 감소 등 위험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대장항문 내시경 검사를 통해 대장암 발생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대장에 용종(쉽게 말하면 혹)이 발견되면 제거하는데 이러한 용종은 5년에서 10년이 지나면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므로 내시경하면서 제거하게 됩니다.

따라서 내시경을 하기 전에 용종제거도 함께 하는지를 물어보고 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간혹 내시경하다가 대장천공을 해서 개복술까지 하는 경우도 있으니 보호자가 따라 가는 것을 권합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각시는 그날 따라오지 않았어요..ㅜ,.ㅜ;

그래서 그날 저의 긴 창가가 많이 외로웠을 겁니다.

참, 검사 끝나고 그날 오후만 되니 몸이 말짱해지고 생생해지더라구요.

 

 

 

                                                                                                      2010. 7. 5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