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없이 하는 생각

첫눈이었습니다.

맑은날T 2010. 12. 13. 17:40

 

울이면 눈이 내린다는 것...

생각해보면 큰 축복입니다.

지구에서 가장 낮은 곳, 바다에 고인 물이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가

비가 되어 내리든, 눈이 되어 내리든,

그것이 대지를 다시 적시는 것은

대지에 발을 딛거나, 대지에 뿌리를 내리거나,

대지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든 산 것에게 축복이지만,

그래도 겨울이면 그것이 눈으로 내리는 것은

사람으로 사는 우리에게 더 큰 축복입니다.

늘 뛰면서 살아가는 세상살이에서

처음,

순결,

가능성, 

경외심, 

기억의 반추,

가벼운 것의 아름다움,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고단함...

이처럼 중요하지만 늘 잊어버리는 소중한 느낌을

한꺼번에 떠오르게 할 수 있는 것이 눈 말고 달리 또 있을라구요.

 

 

지난 수요일,

지방 출장을 마치고 서울에 도착하니

사방 천지가 눈으로 하얗게 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많은 서울에서 숫눈을 보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어쩌다 숫눈을 보게 되었습니다.

외따로 서 있는 가로등 아래 노랗게 반짝이는 별....

아...

이었습니다.

 

 

2010. 12. 13  맑은날

 

* 숫눈 : 사람 흔적이 없이 내린 눈이 쌓여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말하는 순 우리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