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없이 하는 생각

시 하나<안도현-강>

맑은날T 2011. 12. 9. 15:35

 

너에게 가려고

나는 강을 만들었다

 

강은 물소리를 들려주었고

물소리는 흰 새 떼를 날려 보냈고

흰 새 떼는 눈발을 몰고 왔고

눈발은 울음을 터뜨렸고

 

울음은 강을 만들었다

너에게 가려고

 

- 안도현의 '강' 전문 -

 

 

<2010년 11월 밀양 영남루에서 본 밀양강>

 

옛날 '공무도하가' 이래 정지상의 '송인'과 현대시에 이르기까지

강은 건널 수 없는 그 무엇이었고, 님과의 별리(別離)의 매개체였다.

눈물로 강은 만든다는 모티브는 정지상의 송인에서 빌렸으리라.

그러나 안도현의 눈물로 새로 만든 강은 멀리 떨어진 님에게 나를 데려다 주는 강이다.

걸어서는 갈 수 없는 그 먼 곳에 님이 있나보다.

우리가 그리는 참다운 님은 가파른 세류에 따라 점점 멀어져서

이제는 배를 타지 않고서는 이를 수 없이 멀어졌나보다.

 

                                                                               2011. 12. 9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