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훌륭한 아들

맑은날T 2012. 3. 16. 09:15

이순신이 무과시험을 보다가 낙마(落馬)하여 다리가 부러졌다.

그러자 이순신은 시험장 옆에 있던 버드나무를 부러뜨려 부러진 다리를 감싸고 남은 시험을 치루었다.

이러한 대단한 참을성과 인내를 바탕으로 삼도수군통제사로서 나라의 위기를 구하는 장수가 되었다.

 

국민학교 교과서에서 읽은 기억입니다.

물론 그 당시에도 낙마를 한 것은 기마술이 부족했을테고, 또 다리가 부러진 것을 혼자서 버드나무 가지를 이용하여 부목한 다음 시험을 마쳤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시험이 어디 기마술만 봅니까.

뜀발질, 대련, 무거운 물건 들기 등과 같은 시험도 있었을텐데 부러진 다리로 그런 시험을 어찌 치루었을까 하는 의구심.....

 

 

 

 

그저께 각시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내용인즉, 보름전에 삔 경욱이 발가락의 붇기가 가라앉지 않아서 병원에 와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발가락이 부러져 있다고, 그래서 깁스를 해야하는데 동네의원에서 그냥 해도 될까 하는 전화였습니다.

연이어 엑스레이를 찍어서 폰으로 보내왔는데 문외한이 보아도 또각 부러져 있어 황당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나쁜 짓을 하는 친구와 싸우다 부러진 것도 아니고, 힘든 사람을 도와주다 부러진 것도 아닌, 지네 형이랑 장난치다가 문지방을 발로 걷어차면서 부러진 것이라 성웅 이순신의 사례를 들기가 참으로 면구하지만 그래도 부러진 발가락에 멘소래담을 바르고 보름이나 돌아 댕겼다는 것이 훌륭하지 않습니까.

 

부러진 발가락이 방치된지 시간이 좀 지나서 새삼스레 핀으로 고정하기도 그렇고, 과히 많이 어긋난 모양이 아니라 그냥 발목까지 깁스만 하였습니다.

치료 받고 돌아오는 길에 전화를 하여 경욱이를 칭찬해 주었답니다.

 

- 니 덕분에 상해보험에서 골절진단비 20만원을 받게 되었다.

- 저번에는 코뼈가 부러져서 20만원을 벌게 하였으니 모두 40만원이나 벌었구나.

- 발가락 1개당 20만원이면 이제 남은 발가락과 손가락을 합치면 380만원을 더 받을 수 있겠구나...

 

경욱이는 이번에 고딩이 되었습니다.

학급편성시험을 쳤는데 우수학급인 A반에 편성되었다고 자랑스러워합니다.

3개로 분류한 것이라서 우수라는 말을 쓰기가 민망하지만 그래도 칭찬해주었습니다.

 

"시험 잘 봤구나. 수고했어. 수학이 어렵지 않던?"

"응, 수학이 어려워서 다 풀지 못했어."

"그럴 때는 문제를 쭈욱 보면서 쉬운 것 부터 풀고 어려운 문제를 풀도록 해."

"그럴려고 문제를 보면서 여려운 것은 나중에 풀려고 체크했는데 해보니 다 체크되어 있던데..."

"ㅡ.ㅡ;;"

 

                                                                                                 2012. 3. 16.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