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구나

그들이 사는 법

맑은날T 2012. 6. 19. 07:30

 

식물의 번식에는 경이로움 천지이다.

가장 흔한 행태는 화려한 꽃을 피우고 꿀을 분비하여 모양, 색, 향기, 음식을 제공하여 벌,나비, 곤충을 모은 다음 그들의 몸에 꽃가루를 묻혀서 번식을 하는 방법이며 가장 진화된 방식이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베르는 인간이 진화를 거듭하면 이런 형태의 번식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번식하는 녀석을 충매화라고 한다.

 

그리고 소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벼, 옥수수, 대나무 등과 같이 바람을 이용하여 꽃가루를 확산시켜 번식하는 방법을 풍매화라고 하는데 다소 고전적이며, 이들은 곤충의 관심을 끌 이유가 없기 때문에 꽃이 피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꽃모양이 보잘 것 없다.

그외 무성생식과 포자번식이 있으나 복잡하기때문에 넘어가자.(사실 잘 모른다)

 

충매화에서 중요한 것은 일단 곤충에게 시각적 관심을 끄는 것이다.

향기를 피우는 방법이 있기는 하나 향기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 향기가 날리지 않는 방향도 있기에 시각적으로 화려하거나 크거나 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꽃들은 시각적 관심을 끌기에는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이 있다.

이때 이러한 꽃들은 보통 3가지중 1가지 방법을 택한다.

 

먼저 먹자골목을 만드는 방법이다.

작은 꽃들이 수 백 개가 모여 피면 그것들이 멀리서 보기에는 시각적으로 크고 화려하게 도드라지게 된다.

큰까치수영, 조팝나무, 해바라기 등과 같은 녀석이 그러하다.

이런 녀석은 흔해서 이미지 설명없이 넘어간다. (사실 사진이 없다)

 

둘째, 가짜꽃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백당나무, 수국, 산수국은 암술과 수술이 없는 가짜 꽃을 아주 예쁘게 피우도록 한다.

진짜 꽃은 아주 작고 보잘 것 없어 곤충의 시선을 잡지 못하나 가짜꽃은 화려하고 예쁘다.

가짜꽃은 진짜꽃이 필 때를 맞춰 화려하게 원색을 뽐내며 피었다가, 진짜꽃이 수정을 마치면 가짜꽃을 뒤집어 광합성작용을 하기도 한다.

<매혹적인 보랏빛 가짜꽃을 피울 준비하는 산수국이다>

 

 

 

세째는 꽃이 아닌 식물의 부분을 꽃인양 보이도록 하는 방법이다.

수선화, 으아리, 산딸나무, 개다래 등이 그것이다.

대부분 꽃받침이 꽃모양으로 화려하게 피우는데 가장 특이한 녀석은 개다래와 같이 이파리가 개화시기에 맞추어 화려한 색으로 변색하여 벌레를 유인하다가 수정이 끝나면 다시 초록색으로 돌아가는 녀석이다.

<산딸나무의 꽃받침이 화려하게 꽃인양 벌레를 유혹한다>

 

 

<개다래의 이파리가 꽃인양 희게 변색하였다. 원래 녹색이었는데 개화철에만 부분적으로 희게 변했다 다시 돌아온다>

 

 

 

 

내가 태어난 것에 이유가 있을까?

살아가는 것이 힙겹고 심지어는 '스트레스','화병'같은 단어까지 생기는데 이처럼 힘들게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춘기에 이런 갈등과 혼란을 겪는다고 배웠는데 나는 아직도 사춘기인지 저런 문제와 마주치게 된다.

그런데 주변을 돌아보면 사춘기를 지나온 대부분이 이 문제에 대한 시원한 해답을 알고 사는 것 같지도 않다.

 

이런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은 사람에게서 찾기보다는 어쩌면 다른 생물에서 찾는 것이 더 쉬울 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지들만의 기준으로 유일무이한 지성체니 어쩌니 하는데 그래봤자 지구를 벗어날 수 없고 우주의 크기와 시간에서 보면 어차피 말미잘과 구별되어지지 않는 작은 행성에서 잠시 살다 스러지는 존재이니까..

 

식물이나 동물, 생명을 가진 존재의 궁극적이고 핵심적인 존재목적은 "유전자 번식"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경쟁은 이것에서 촉발되며, 심지어는 공생관계라고 부르는 생명체간의 관계망도 유전자 번식에 서로 유리하기에 임시공생하는 관계로 단순화 할 수 있다.

그리고 식물은 유전자번식이 끝나면 그 생을 즉시 마무리하고, 동물 또한 유전자번식능력이 없어지게 되면 금방 생을 마무리한다.

굳이 인간만의 특성을 또는 존엄성(?)에 기초한 차별점을 찾으라면 유전자번식에 별 관계없는 짓거리를 유독 많이 하고, 유전자 번식능력 없어졌음에도 꽤나 긴 시간동안 생존을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유전자번식능력이 없어졌음에도 생존하는 것이 인류의 번창을 가져온 계기일 수도 있다.

이들에 의한 육아와 생존경험의 교육 등을 담당하여 인류의 생존에 유리함을 제공하였기 때문이다.

 

결론은 모든 생명의 존재목적은 번식에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에 부딪힐 때 이러한 명제를 떠올리면 항상 답이 보일 수 있다.

 

이야기가 삼천포로 갔다.

삼천포에도 이야깃거리가 있으니 그것도 괜찮다. ^^

 

2012. 6. 19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