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다
<< 자연스럽다. >>
자연스럽다는 말은 '자연(自然)'이라는 명사에 '~스럽다'라는 성질을 나타내는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어가 붙어서 된 말입니다.
자연의 대(對)가 되는 말은 인공이지요.
결국 우주만물에서 사람의 손길을 배제하면 그것이 바로 '자연스러운' 것이 됩니다.
물이 고이고 모여서 아래로 흐르면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 물을 막으면 그렇지 않은 것이 됩니다.
밤이 되어 어두운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어두운 밤에 등불을 켜면 그렇지 않은 것이 됩니다.
사람으로 살기 위하여 이러한 자연스러운 현상에 개입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급적이면 자연스러운 것은 자연스럽게 두는 것이 좋습니다.
좀 전에 누군가가 '서울에 가을비가 온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가을비가 오면 낙엽이 서둘러 지겠지요.
수 많은 자연현상중에 가장 멋진 '자연스러운' 것을 꼽으라면 단풍들고 낙엽지는 것을 꼽겠습니다.
봄에 내민 새싹을 키워 여름내내 푸른 잎으로 광합성작용을 하여 모은 양분을 꽃피우고 열매맺고 나무 키우는데 사용하는데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오면 상황이 달라지지요.
건조해지고, 추워지며, 바람이 세어지게 되는데 이것은 모두 잎사귀로 존재하는 것을 힘들게 하지요.
건조한 환경에 잎새를 달고 있으면 이파리 표면으로 수분증발이 많아져서 힘들고, 추운 기온에서는 광합성 효율도 떨어지며, 바람이 많은 환경에서는 나무가 쓰러질 위험이 증대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을이 깊어지면 잎새 넓은 나무들은 나뭇잎에서 엽록소를 스스로 파괴하여 남은 양분을 나무로 거둬들이고, 그 다음에는 떨켜를 만들어 낙엽이 지게 한 다음 홀가분하게 겨울을 보내게 됩니다.
그렇게 떨어진 낙엽은 다시 그 나무에 아래에 쌓이고 그렇게 쌓인 낙엽은 흙에 사는 미생물의 먹이로, 다시 나무의 양분으로 순환하게 됩니다.
이렇게 가을에 지는 낙엽은 자연스럽고 색도 고운데 반하여, 나뭇가지를 꺽어서 인공으로 나무를 죽이면 퍼러죽죽하니 볼품없이 잎이 말라가고, 떨켜도 만들지 못하여 이파리도 가지에서 떨어지지 못하게 되어 '자연'스럽지가 못하게 됩니다.
가을이면 기분이 스산해지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가을에는 연이어 닥쳐올 겨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고, 겨울이면 춥고, 배고플 수 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이러한 감정은 아직도 머리만 좋은 원숭이인 우리들의 본능에 고스란히 남아있으니까요.
이 가을, 그냥 자연스럽게 스산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2012. 10. 10 가을초입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