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귀파기 <감꽃>

맑은날T 2002. 4. 26. 17:54

캔디폰 : 삐리리~, 삐리리~

나 : 여보세요? (다른 소린줄 알고 있다가 반가움과 놀라움으로)

경욱이 : 아빠~ 나 경욱이에요?

나 : 응~ 경욱이구나. 뭐하고 있니?

경욱이 : 당연히 전화받고 있지~

나 : >.

<

경욱이 : 아빠~ 오늘 일찍 올거야? 늦게 올거야?

나 : 일찍도 아니고 늦게도 아니고 보통으로 갈건데?

경욱이 : 그럼 몇시에 올거야?

나 : 10시 쯤에...

경욱이 : 엄마가 아빠 밥 먹었는지 물어보래?

나 : 저녁 먹고 간다고 그래.

경욱이 : 아빠, 퇴근해서 나 귀 파주면 안돼?

나 : 그저께 팠잖아?

경욱이 : 그래도오~~~ 제발~

나 : 그래 알았어. 나중에 집에 가서 파줄게...



어제 퇴근이 좀 늦어 집에 가니, 윤석이와 경욱이는 이불을 감고 벌써 꿈나라에 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귀파주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별로 파낼 것도 없지만 가끔씩 막무가내로 파달라고 떼를 씁니다.

그러면 일없이 귀를 긁어주고, 손톱 발톱을 깎아주곤 합니다.

그러다 꽤나 무게있어뵈는 귀청을 하나 파내면 아이들은 스스로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 하지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새치를 뽑아주거나 귀를 파주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동물의 왕국을 보면 침팬지들이 서로 털을 골라주고, 이를 잡아주며 즐기는 장면이 있는데,
이러한 것을 즐기는 것은 서로간의 애정의 확인과 친근감의 표시이자, 동물의 기본 본능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저도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이 귀를 파주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고등학교 들어서는 새치뽑아
주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물론 귀는 굳이 팔 필요가 없이 때가 되면 알아서 귀청이 나온다는 것과 귀를 잘못 파면 중이염 등의
귓병이 생긴다는 것도 알고는 있습니다.
그래도 귀를 파게 하거나 새치를 뽑게 하고 허벅지를 베고 누우면 그렇게 아늑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때에 오는 약간의 통증은 묘한 긴장과 쾌감을 유발하게 합니다.

요즘도 가끔 아내에게 귀를 파달라고 하지만, 아내는 귀파는 건 겁이 난다고 영 안해줍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주말이면 윤석이에게 새치 한가닥에 100원씩 계산해서 뽑게 했는데,
이제는 흰머리카락이 귀밑까지 내려와 더 이상 뽑을 지경이 아니어서 영 아쉽기만 합니다.
(이런 계산이면 윤석이가 금방 2,3천원을 벌거라고 생각하시면 오해입니다.
검은 것을 잘못 뽑으면, 300원을 빼고, 반백을 뽑으면 무효이니까, 대충 500원이면 가능합니다.^^)

제가 중학교 다닐 무렵 큰형이 저를 불러서 새치를 뽑게 하고 한가닥에 10원씩 주곤 했는데,
처음에 몇 가닥 뽑다보면 더 이상 눈에 잘 안 띕니다.
그러면 저는 새치 한 가닥을 미리 챙겨놓고는 검은 머리를 뽑고, 새치를 보여주는 작전으로 용돈을
꽤나 모았던 기억이 있는데, 반백이 되신 큰형님이 알면 지금이라도 혼내실지 모르겠습니다.^^


요번 주말에 윤석이와 경욱이를 불러놓고 귀도 파주고, 손톱도 깍아주면서 애정을 표시해야 겠습니다.
회원 여러분~
이번 주말은 가족끼리 귀 파주는 날, 손톱깎아 주는 날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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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을 올려봅니다.
오월에 되면 감꽃이 핍니다.
그러면 시골아이들은 감꽃을 주워서 먹곤 하였지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동네 골목을 한바퀴 돌면서, 지푸라기에 감꽃을 꿰어 모읍니다.
(제 고향에서는 이를 '낀데기 한다'고 했습니다.)
연노랑의 통꽃이고 사각형으로 생겼으며, 꽃이 떨어지면 그때 주어먹곤 했는데, 감 특유의
떨떠름한 맛이 납니다.

2002. 4. 26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