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아이들의 말.말.말

맑은날T 2002. 8. 7. 09:54


오늘은 우리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말을 몇 가지 적어봅니다.

나중에 지네들이 이 글을 보고 빙그레 웃을 것 같아서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비속어나 욕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편이었는데, 요즘 들어서 부쩍 그런 용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비속어나 욕을 적기적소에 사용하지 않고 그냥 재미로 한번씩 해보는 정도이기 때문에 심하게 혼을 내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지 말라고 타이릅니다.


『똥꼬 빠샤빠샤』
경욱이가 자주 쓰는 말입니다.
이게 뭔 말이냐구요?
저도 모릅니다. ㅠㅠ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하는 말이고 무슨 의미로 쓰이는 지는 모르고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것으로 짐작만 할 따름입니다.
저도 한번씩 따라 합니다.
경욱이가 말을 잘 안 들을 때,
"야이 똥꼬 빠샤빠샤야~. 빨랑 안 해?"


『쭉쭉빵빵』
TV를 보다가 늘씬한 미인이 나올 때에도 자기들끼리 킥킥 거리며 사용하고, 목욕시켜려고 옷을 벗겨 놓으면 서로 자기 앙가슴을 손으로 받쳐드는 시늉을 하면서 쓰는 말입니다.
저도 다분히 공감이 가는 용어라서 나무라지 않고 미인을 가리는 선별안을 가진 것이 대견해서 웃기만 합니다.^^
그런데 지네 엄마에게 이 말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아서, 마눌은 다분히 서운해 합니다.
그저께 큰 처제가 왔을 때, 이 말을 사용했는데, 경욱이가 '엄마는 해당사항 없다'는 충격발언을 해서 에어컨이 필요없는 오후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아. 씨바아~』
이 말은 그야말로 욕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크게 혼을 내지 않는 이유는 종성이 "ㄹ"로 끝나지 않는다고 해서가 아니라, 재미로 이 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사용했다고 나무라면 두 놈은 이구동성으로 항변합니다.
받침이 "ㄹ"로 끝나지 않았으니까 욕이 아니라는 항변입니다.
우리 애들은 논리적입니다.^^;


『뽀뀨』
이 말을 쓰면 많이 혼내는 편입니다.
그래도 재미삼아 하기 때문에 매를 들 정도는 아닙니다.
얼마 전에 백화점을 갔을 때 일입니다.
마눌과 나는 넥타이를 고르고 있는데, 두 놈은 돌아다니다 한 곳에 서서 킥킥거리고 있길래 쳐다보다가 경악스러운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백화점에 가면 요즘 마네킹을 나무로 깍아서 세워놓은 것이 많은데, 그 나무 마네킹의 팔은 팔목관절과 손가락 관절까지 정교하게 만들어 놓았지요.
그런데 윤석이 놈이 그 마네킹의 손을 이용하여 정확하게 뽁큐(凸)를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제가 얼른 다가가서 그 마네킹의 팔을 잡아서 앞으로 조금 더 내밀어 자세를 잡아 놓았습니다.-_-;;


『우우우우~ 섹시~』
이 말은 쭉쭉빵빵과 혼용하여 쓰는데 특히 TV를 보다가 여성 속옷 광고가 시작되면서 동시에 터져 나오는 단어입니다.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단어이지요.
저는 어른스럽게 빙그레 웃으며 웃음으로서 공감을 나타냅니다.


『고~우~ 슈웃』
이 말은 탑 블레이드 게임을 할 때 "시이~작"이라는 말 대신 사용하는 말입니다.
몇 달 전만 해도 부쩍 많이 하더니 요즘은 거의 팽이돌리기를 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디지몽카드 게임을 열심히 하고, 눈만 마주치면 카드 사달라고 조르더니 이것도 하지 않습니다.
500원에 카드 여섯장을 하는데 경욱이와 윤석이는 각각 수백장씩 가지고 눈만 뜨면 따먹기를 열중하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인가 게임을 완전히 중단해버린 거지요.
그래서 마눌에게 궁금해서 사유를 물었더니 가관입니다.
사연인즉,
경욱이란 놈이 용돈만 생기면 카드를 사는데 앞에 말했듯이 그 카드값이 장난이 아닙니다.
윤석이놈이 보기에는 그 돈이 무척이나 아까웠던가 봅니다.
그러던 어느날 윤석이는 결단을 내렸답니다.
즉 자기가 가진 카드를 전부 경욱이에게 무상으로 준 것입니다.
조건이 하나 딱 붙었는데, 앞으로 카드를 사지 말라는 조건이었습니다.
경욱이는 흔쾌히 승낙을 했는데, 그때부터 우리동네 아파트에서는 디지몽카드 게임이 없어져버렸습니다.
경욱이도 이제 디지몽카드에 흥미를 잃어버렸습니다.
윤석이놈은 이렇게 구두쇠 기질이 다분합니다.


아이들이 자주 쓰는 말 몇 가지를 적었습니다.
이 것 말고도 자기네들까리만 쓰는 단어도 있겠지요.
그리고 이러한 단어들은 수명이 길어야 1-2년일겁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서 잊어버리고 있다가 다시 듣게 되면 씨익 웃음이 나오는 단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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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초 강화도에 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지난 일요일 윤석이는 처제를 따라 외가에 갔습니다.
그리고 5분이 지나서부터 경욱이는 하루 종일 "형아타령"을 하고 있습니다.
빨리 마산가자고 하루종일 조르고 있답니다.

2002. 8. 7 비 오는 날에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