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하고 싶은 일

맑은날T 2005. 6. 30. 10:36

 

 

가보지 못한 곳....

어쩌면 죽기 전에 한번은 가 볼 수 있을 듯 한 곳......

깊은 슬픔으로, 그리고 그 슬픔이 운명으로 다가오는 곳......

한없는 쓸쓸함이나, 드넓은 시원함이나, 또는 초연함으로 기억되어 지는 곳....

잊혀진 역사가 저음의 관악기를 통하여 허공으로 울려 퍼지는 곳..

먼 대양에서 불어온 습기찬 바람이 가파른 산맥에 걸려 이슬로, 혹은 서리로 풀잎을 적시는 곳...

아직은 튼튼한 두 다리가 살아있는 곳....

그 곳을 가보고 싶단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바로 남아메리카를 말하지요.


참 좋은 친구와 며칠 전에 이런 대화를 했었지요.


‘우리 나중에 나이 좀 더 들고.... 그래서 그만큼의 여유를 만들 수 있다면, 남아메리카로 여행을 가자고....간다면 쿠스코와 마츄피츄는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나도 그러고 싶다고, 꼭 그러고 싶다고...............’



안데스 산맥 인디오들의 악기 중에 ‘케나’란 것이 있다고 합니다.

관악기인데, 그 재료가 짐승의 뼈라고 하며, 갈대로 만들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아주 옛날 안데스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그 연인의 뼈를 깎아 만든 케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거대한 안데스 산맥의 산봉우리에 홀로 서서 사랑하는 연인을 그리며 그 연인의 뼈로 만든 케냐를 연주하는 인디오 사내.....

사내는 죽은 연인의 뼈에 입술과 손을 맞추어 마지막으로 그녀의 음성과 포옹합니다.

싸늘히 식어버린 그녀의 영혼을 그의 따스한 온기로 감쌉니다.

그 온기로 케나를 불어서 연인의 영혼을 조심스레 안데스의 바람에 실어 보냅니다.

먼 바다로 자유로이 날려 보냅니다.



아무도, 아무도 없이 나 홀로 남았네.

초원의 외로운 꽃일뿐인 그녀와 그녀의 슬픈 그림자.

너무도 걱정스러워 입에서 케나를 뗐네.

그녀의 목소리가 잘 들리도록.

너무 많이 울어 그녀 목소리가 쉬었네.

삶이 이럴 수가 있을까!

길은 모두 사라지고 나를 감싸주던 것들은 죽고 없네.

모든 것이, 모든 것이 사라졌네.


(채집,번역 : 호세 마리아 아르게다스)

 

 

 


언덕이 노래하고

시냇물이 울고 있네

인디오들의 슬픔은 밤이 되면 더욱 커지고

태양과 달, 그리고 나의 이 노래가

그대의 돌 위에 입을 맞추네

인디오의 길이여


(아타왈파 유팡키의 <인디오의 길> 중에서-)

 

 

 



 
 

 

케나를 연주하는 인디오입니다.
음악에 취한 라마가 멀리 산맥 어디메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마츄피츄입니다.
정복자 피사로의 군대에 밀려 도망친 잉카의 후예들이 이곳 고원에서 살다가
다시 아마존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위에 올린 사진 3매도 마츄피츄입니다.
잉카인들의 돌 다루는 기술이,
더구나 청동기 문명을 가진 이들이란 걸 생각하면 전율이 일 정도로 정밀합니다
 
태양을 숭배하는 이들이었기에,
태양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산정상에 보금자리를 잡고,
저리도 가파른 산비탈에 좁디 좁은 밭을 일구고 살 수 있었나 봅니다.
 
맨 아래 그림은 불국사의 그랭이 축석방법과 동일한 기술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