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
가보지 못한 곳....
어쩌면 죽기 전에 한번은 가 볼 수 있을 듯 한 곳......
깊은 슬픔으로, 그리고 그 슬픔이 운명으로 다가오는 곳......
한없는 쓸쓸함이나, 드넓은 시원함이나, 또는 초연함으로 기억되어 지는 곳....
잊혀진 역사가 저음의 관악기를 통하여 허공으로 울려 퍼지는 곳..
먼 대양에서 불어온 습기찬 바람이 가파른 산맥에 걸려 이슬로, 혹은 서리로 풀잎을 적시는 곳...
아직은 튼튼한 두 다리가 살아있는 곳....
그 곳을 가보고 싶단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바로 남아메리카를 말하지요.
참 좋은 친구와 며칠 전에 이런 대화를 했었지요.
‘우리 나중에 나이 좀 더 들고.... 그래서 그만큼의 여유를 만들 수 있다면, 남아메리카로 여행을 가자고....간다면 쿠스코와 마츄피츄는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나도 그러고 싶다고, 꼭 그러고 싶다고...............’
안데스 산맥 인디오들의 악기 중에 ‘케나’란 것이 있다고 합니다.
관악기인데, 그 재료가 짐승의 뼈라고 하며, 갈대로 만들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아주 옛날 안데스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그 연인의 뼈를 깎아 만든 케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거대한 안데스 산맥의 산봉우리에 홀로 서서 사랑하는 연인을 그리며 그 연인의 뼈로 만든 케냐를 연주하는 인디오 사내.....
사내는 죽은 연인의 뼈에 입술과 손을 맞추어 마지막으로 그녀의 음성과 포옹합니다.
싸늘히 식어버린 그녀의 영혼을 그의 따스한 온기로 감쌉니다.
그 온기로 케나를 불어서 연인의 영혼을 조심스레 안데스의 바람에 실어 보냅니다.
먼 바다로 자유로이 날려 보냅니다.
아무도, 아무도 없이 나 홀로 남았네.
초원의 외로운 꽃일뿐인 그녀와 그녀의 슬픈 그림자.
너무도 걱정스러워 입에서 케나를 뗐네.
그녀의 목소리가 잘 들리도록.
너무 많이 울어 그녀 목소리가 쉬었네.
삶이 이럴 수가 있을까!
길은 모두 사라지고 나를 감싸주던 것들은 죽고 없네.
모든 것이, 모든 것이 사라졌네.
(채집,번역 : 호세 마리아 아르게다스)
언덕이 노래하고
시냇물이 울고 있네
인디오들의 슬픔은 밤이 되면 더욱 커지고
태양과 달, 그리고 나의 이 노래가
그대의 돌 위에 입을 맞추네
인디오의 길이여
(아타왈파 유팡키의 <인디오의 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