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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 김춘수

맑은날T 2005. 7. 24. 12:33

소년

 

 

희맑은

희맑은 하늘이었다.

 

    (소년은 졸고 있었다.)

 

열린 책장 위를

구름이 지나가고 자꾸 지나가곤 하였다.

 

바람이 일다 사라지고

다시 일곤 하였다.

 

희맑은

희맑은 하늘이었다.

 

소년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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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선생님의 시에 최용대 선생님의 그림이 고운 시화집

 

"꽃인 듯 눈물인 듯"에 맨 처음 나오는 시입니다.

 

며칠 전 좋은 친구에게서 선물받았습니다.

 

나이 마흔에 시집을 선물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지만,

 

저처럼 평범한 월급쟁이에게 흔한 일은 아니겠지요.

 

좋은 책이 생겨서 좋지만, 더 감사한 것은, 저를  시 읽는 사람으로 보아준 것이지요.

 

감사한 마음으로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이 시와 아름답고 정갈한 그림이 눈을

 

가득 채웠습니다.

 

 

희맑은 하늘 아래에서 소년은 아마도 책을 보다가 잠시 졸고 있었나봅니다.

 

흰 구름이 떠 있고 바람이 불어서 그랬나봅니다.

 

소년이 펼쳐 놓은 책은 지나가는 바람과 구름이 읽고 갑니다.

 

 

2005. 7. 24

 



      풀잎새 따다가 엮었어요
      예쁜 꽃송이도 넣었구요
      그대 노을빛에 머리곱게 물들면
      예쁜 꽃모자 씌어주고파

      냇가에 고무신 벗어놓고
      흐르는 냇물에 발 담그고
      언제쯤 그애가 징검다리를
      건널까 하며 가슴은 두근거렸죠

      흐르는 냇물위에
      노을이 분홍빛 물들이고
      어느새 구름사이로
      저녁달이 빛나고 있네

      노을빛 냇물위엔
      예쁜 꽃모자 떠가는데
      어느 작은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