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날T 2005. 7. 26. 16:05
   

전설(傳說)


약간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이다.

나 혼자 알고 있는 일이니 전설(傳說)이 아니나, 이제 곧 내 말을 들은 이들이 다른 이와 자손들에게 전해 줄 것이니 어차피 전설이 될 일이라서 미리 전설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전설은 다 이렇게 시작된 일일 터이다.

그리고 전설은 다 과장되고 부풀려지면서 전해지게 마련이다.


내가 아는 정확한 정보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아는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은 소년장수”의 전설도 실상은 별 거 아닌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조선초, 충청도 작은 산골에 스무채 정도의 가구가 모여사는 작은 산동네에 열서너살 먹은 꼬마가 있었는데, 열 명 남짓되는 동네 또래들 중에 힘이 가장 세고 대장노릇하는 꼬마가 있었단다.   그넘은 사춘기가 일찍 시작되었는지 그때 벌써 겨드랑이에 털이 무성하게 자랐는데 동네사람들은 참 신기하게 생각하였다.

그런데 하루는 고을 원님이 부임시찰을 나왔는데 그 꼬마가 동네아이들과 전쟁놀이하다가 원님이 진중에 함부로 들어섰다는 이유로 김좌진 장군의 어린 시절이야기를 따라 한답시고 공격명령을 내렸다가 원님에게 꿀밤을 몇 대 맞았단다.

그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나서 그 아이는 홍역으로 앓다가 죽었는데, 그 아이 아버지가 여간 독한 사람이 아니었단다.

그 아이 아버지는 온 고을을 돌면서 관의 무리한 진압으로 장수가 될 아이를 죽게 만들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였고, 그때 그 고을에 소금팔러 온 경기도 소금장수가 그 이야기를 대충 듣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뻥을 치는 바람에 생긴 전설이 그것이다.

물론 겨드랑이에 일찍 돋아난 털은 날개로 바뀌었고...........


이러한 전설의 부작용을 피하고자 필자는 미리 독자분 들에게 당부를 드리고자 한다.

제 이야기를 옮길 때에는 항상 원본에 충실하게 옮겨주시기 바란다는 게 그것이다.

오늘 이야기 할 전설은 때가 삼복이니만큼 더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니까 1983년의 일이다.

그때 대구에서 유학 중이던 나는 말로만 듣던 대구의 더위를 직접 목격한 일이 있는데, 얼마나 더운지 한여름에 밖에 나가면 사람들은 전부 학생이 된 듯, 아니면 학이 된 듯,  學, 鶴거리면서 다닌다.

보통 방학이면 고향으로 내려가서 방학을 보내는데 1983년 여름에는 농사 일이 지겨워서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대구에 생활적 망명을 하고 있었다.

말이 생활이지 이건 정말 날마다 사우나 통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어느 날 대봉동에서 친구 집이 있는 대명동으로 놀러가는 길이었다.

그 때가 오후 6시쯤 되었는데, 대구향교 부근을 지나는데 어떤 아저씨 두 명이 아스팔트 도로 가운데에 서서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었다.

스쳐가는 버스에서 얼핏 내다보면서 “저 양반들 왜 더운데 저기 서 있나??”하는 스쳐가는 생각을 하고 지나쳤다.

그리고 친구 집에서 놀다가 밤 10시쯤 되어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그 아저씨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마주보고 서 있는 것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호기심이 생기면 해소 못하면 좀이 쑤셔 잠을 자지 못하는 체질이라서, 그날 밤의 불면을 우려하면서 곧 바로 버스에서 내려서 그 아저씨들에게 갔다가 충격으로 쓰러질뻔 하였다.

그 아저씨 두 분은 30대로 중반으로 보였는데, 세상에나 두 사람의 발은 발목까지 아스팔트 도로에 파 묻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발이 왜 그렇게 되었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아저씨가 대수롭잖게 하는 말이, 마주 서 있는 사람은 고향친구(고향이 선산이라 했던 것 같다)인데 낮 3시쯤 길을 가다가 3년 만에 만나서 너무나 반가워서 더운 것도 차들이 오는 것도 잊고 두 시간 정도 마주보고 서서 이야기를 하고 헤어지려고 했는데 더위에 녹아있던 아스팔트에 발이 빠졌다가 아스팔트가 식으면서 다시 굳어버려서 그렇게 마주 서 있다고 했다.

내가 놀라서 119를 불러드릴지를 물어보니까, 꽤나 여유있어 보이는 그 아저씨가 하는 말이, 내일 오후 1시쯤 되어 아스팔트가 풀리면 그냥 발을 뺄 수 있으니까, 차들에게 수신호나 하면서 밤을 보내달라고 당부하였다.

그런데 그날 밤에 일이 있어 그럴 형편이 아니어서 길가에 있는 부동산 길거리 간판을 가져다가 멀찌감치 세워주고 집에 돌아온 일이 있다.

이게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살인적인 더위에 대한 전설이다.


아차..

한 가지 빠진 게 있다.

그날 밤부터 비가 내렸는데, 그 비가 언제까지 계속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


제가 더위먹었나 봅니다.

위에 한 이야기 전부 뻥입니다.  ㅡ.ㅡ;;

(뻥이라고 하지 않으면 그대로 믿는 분이 꼭 계십니다. ^^*)

그런데 대구가 덥긴 덥구요, 그때 한여름에는 아스팔트가 녹아서 버스같은 큰 차가 지나가면 아스팔트가 찹쌀떡 뭉치처럼 패이고 한 곳이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