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경욱이는 해커....

맑은날T 2002. 12. 18. 14:46


금요일 밤 9시.

격주휴무를 하기 때문에 놀토(노는 토요일)가 되면 금요일에 집에 간다.

아파트 앞에 서서 '띵~동~' 한 다음 아이들 달려오는 소리를 기다리는데 아무런 소리가 없다.

보통은 초인종을 누르면 두 놈은 줄지어 달려와서 매달린다.

'외출나갔나?'

문을 밀고 들어서니, 윤석이와 경욱이가 소파에 등을 돌리고 앉아 있다.

뭔 일이 벌어진 느낌....


"엄마는?"

"쓰레기 버리러 갔어요."


시뻘개진 얼굴을 한 윤석이가 지 애비 닮아서 두툼한 아랫입술을 내밀며 대답한다.

경욱이는 기죽은 얼굴로 소파의 보푸라기를 뜯고 있다.

무언지 모르지만 일을 저지른 듯 하다.


"니들 왜 그래?"

"................."

"윤석이. 뭔 일이야?"

"경욱이가요................"


윤석이가 마지못해서 대답을 하는데, 듣고보니 웃음이 픽 나온다.


오후에 친구 동현이네집에 놀러갔는데 보통때와는 달리 경욱이를 데리고 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시간에 경욱이가 컴퓨터 게임을 했는데, 윤석이의 아이디로 로그인해서 게임을 했는데,

게임을 하다가 그 동안 윤석이가 모아놓은 점수와 아이템을 몽땅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안 윤석이는 노발대발했고, 그래서 경욱이는 몇 대 쥐어 터졌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다 듣고 경욱이 보고 한 마디 했다.


"야 임마. 형아 허락없이 아이디로 게임하는 건 아주 나쁜 짓이야~"

"야~ 그건 해커나 하는 짓이야~"


윤석이는 아직도 분이 덜 풀렸는지 한마디 거든다.


그때 경욱이가 기어드는 목소리로 한마디 한다.


"그러게 비밀번호를 좀 어렵게 해놓지......."


~~~~~~~~~~~~~~~~~~~~~~~~~~~~~~~~~~~~~~~~~~~~~~~~~~

내일이면 투표일이네요.

누굴 찍을까요?

기권도 정치적 선택이자 표현이기도 한데, 아예 기권할까요?

그 나물에 그 보리밥이니 차라리 말이라도 시원하게 해 주는 권영길 후보를 찍을까나...

~~~~~~~~~~~~~~~~~~~~~~~~~~~~~~~~~~~~~~~~~~~~~~~~~~~~

윤석이와 경욱이의 불꽃튀는 눈싸움입니다.

2002. 12. 18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