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잘 나가는 윤석이 <메꽃, 모시나비, 능소화>

맑은날T 2003. 7. 8. 17:13



윤석이가 요즘 좀 잘 나갑니다.

원래 이놈이 꾸물거리고, 그러면서도 덜렁대고, 게으름을 부리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시험을 봐도 꼭 두세개 씩은 틀려야 직성이 풀리는 놈입니다.

그런데 윤석이가 최근에 두 가지를 해내었습니다.


먼저 지난 5월인가 한국수학능력협회(하여간 이니셜로 KME였던 거 같습니다)인가에서 개최한 수학능력경시대회가 있었는데,

그 시험을 보았습니다.

그날 같이 따라갔는데, 시험보고 나오는 얼굴이 자못 들떠 보였지요.

집에 와서 문제를 보니까, 총 30문제인데 그중 20번까지는 수험생의 학년별 진도에 맞춰서 낸 문제이고,

나머지 10개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윤석이는 앞에 문제는 다 맞히고, 뒤에 문제는 5개인가 맞은 것으로 확인(마눌이 확인하였고,

저는 중간에 포기했습니다)하였지요.

그 시험을 보기 전에 윤석이에게 금상을 받으면 게임CD 하나를 사 주기로 약속을 했는데, 시험 직전에

금상은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상위 5%에 들면 사주기로 했습니다.

(사실 알고보니 금상은 1명만 주는 게 아니라 앞의 20문제중 18개만 맞히면 준다더군요.-_-;)

하여튼 그 시험성적이 6월 말인가 발표되었는데, 윤석이는 상위 3% 이내엔가 들어서 전국대회에 참가하게 되었고,

전교생이 보는데서 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시험에서 윤석이가 대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윤석이는 학원 다니지 않고, 집에서 혼자 문제집을

사서 공부를 했다는 것입니다.(물론 마눌이 도와주긴 했지요)



그리고 두 번째로 잘 나간 것은 얼마 전에 기말고사를 보았는데, 네 과목 모두 만점을 받았다고 합니다.

물론 모두 만점을 받은 아이는 전교에 여러 명이 있지만, 그래도 80점 오락가락 하던 놈이 보여준

집중력이 대견하여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그 시험을 보기 전에는 마눌이 전과목을 만점 먹으면 새로 나올 해리포터 시리즈를 사 주기로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전 그 약속을 흘려 들으면서 설마하면서 웃어 넘겼는데, 엉뚱한 녀석이 사고를 친 것이지요.

아직 그 책의 번역본이 나오지 않아서 윤석이는 손꼽아가며 기다리고 있답니다.

참, 그 시험을 본 뒤에 윤석이 반의 한 아이가 윤석이보고 그랬답니다.

" 너 컨닝했지? "

윤석이의 평소 행실을 알 수 있는 말입니다. ^^;



그 외에 윤석이의 크고 작은 성취가 몇 개 있습니다.

먼저 유치원 다닐 무렵 '아빠랑 체육대회'가 있었는데, 1등을 했습니다(제가 컨닝을 했지요).

2학년 운동회에서 훌라후프 돌리기를 하여 2학년 중에 2등인가 했지요.

올 해 초 학교에서 모형비행기 날리기에서 윤석이는 자신이 직접 조립하여 만든 비행기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윤석이 최고의 성취는 유치원 때에 '짱'을 하는 아이의 배를 머리로 받아서 울렸다는 사실이고,

제일 애석해하는 것은 그 광경을 본 친구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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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자랑이 좀 심하지요?

민망하고 재미없더라도 그냥 넘어가 주세요.

나중에, 아주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면 보여주려는 육아일기라고 생각하시고....


아래 그림 두 개는 지난 일요일 아이들이랑 산에 가는 길에 찍은 것입니다.
위의 그림은 메꽃(나팔꽃이 아닙니다)과 모시나비입니다.
아래 그림은 어느 집 담장에 핀 능소화입니다.
곱지요?


2003. 7. 7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