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휴가소회 <사진 몇 장>
맑은날T
2003. 7. 30. 10:51
1. 늦은 출발....
휴가를 7월 25일 출발하기로 날을 잡았다.
직원들 먼저 보내고 직원들이 휴가가지 않는 날을 고르다보니 휴가일정이 좀 어정쩡해졌다.
게다가 다른 학교는 7월 세 째 주에 방학을 했는데, 윤석이와 경욱이네 학교는 7월 26일까지
수업이라서 마눌이 두 선생님을 뵙고 양해를 구했는데, 경욱이 선생님이 마뜩찮은 얼굴을 하더란다.
7월 25일 금요일 오후에 휴가를 출발했다.
오전에 아이들이 하는 게임인 디아블로를 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죽으니 도무지 재미가 없었다.
2. 휴가가는 길
출발하기 전에 주유소를 들렀는데, 기름을 넣던 중에 윈도우 브러시를 든 판매원이 창을 두드려서 창을 내린다.
"아저씨~ 와이퍼 새 걸루 바꾸세요"
"와이프 바가지는 좀 긁어도 아직 쓸만한데요"
^_____________^;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릉으로 출발했다.
날씨는 좋았고 길은 막히지 않았다.
횡계를 지나면서 대관령을 넘어오던 구름인지 아니면 대관령으로 넘어가던 구름인지 모를 구름에 갇혀서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할 때까지 시계 10미터가 채 되지 않는 구름 속을 달렸다.
운전자야 죽을 맛이지만 아이들은 좋아라한다.
대관령을 넘어서 휴게소를 들렀는데, 차에서 내릴 때 시동도 안끄고 문을 잠그고 내렸다.
'이런 멍청이같으니..........'
사람 불러서 문을 여는데 30분이 걸렸다.
지난 달에 문 열 때보다 12분 13초가 더 걸렸다.
서비스가 조금씩 더 늦어지고 있다.
3. 숙박지 도착
숙박지는 주문진 위 7번 국도에 인접한 17평 아파트이다.
동료직원이 콘도로 쓸 요량으로 사 놓은 것을 빌린 것이다.
전기, 수도, 가스, 냉온방...........점검해보니 모두 이상 없는데, TV가 MBC만 나온다.
저녁을 늦게 먹고 간단한 산책을 했다.
4. 휴가 첫날
늦잠을 자려는 아이들을 깨워서 억지로 밥을 먹이고 8:30에 설악으로 출발했다.
9:00 이전에 워터피아에 가면 입장료가 많이 할인된다.
모르는 길을 무식하게 달렸지만 결국은 9:05에야 도착했다.
하는 수 없이 카드, 핸드폰을 동원하여 약간을 할인받고 워터피아에 들어갔다.
슬라이더, 파도 풀, 야외온천탕 등을 돌아다니며 오후 두시까지 놀다가 나왔다.
물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윤석이와 따스한 물이라서 맘껏 놀던 경욱이는 차를 타자마자 잔다.
오후에는 바닷가에 가서 조개를 잡았는데, 모시조개 열 두 개를 잡아서 저녁에 된장국을 끓였다.
5. 휴가 둘째날
비가 약간씩 보이다가 10시 가까이 되자 그쳤다.
남애해수욕장에 들렀다.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고 모래는 맑고 깨끗했으며, 모랫벌이 넓어서 동해안답지않게 한참을 들어가도
수심은 그다지 깊지 않은 것 같았다.
윤석이와 경욱이는 수영복을 입고 파도에 휩싸여 노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는 추워서 아랫도리만 물에 담그고
아이들이 파도에 휩싸이지 않나 감시를 했다.
4시간 정도 감시하자 내 눈은 도다리눈이 되어버렸고, 두 아이들은 파도에 맞아서 온 몸이 붉고 푸르게 멍이 들었다.
특히 윤석이놈은 물가에 나가면 겁이 없어진다.
아마도 그놈이 물가에 간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놈 나이 마흔이 되어도 걱정해야 할 듯 하다.
오후에는 강릉에 가서 참소리 박물관을 들렀다.
안내판을 따라서 가다보니 더 이상의 안내판은 보이지 않고, 물어 물어 찾아가니 허술한 동네 한복판에 있는
작은 3층 빌라 한 동를 개조하여 만든 사립박물관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안내원이 재치있게 설명하고 직접 소리를 들려주고 일부 기기를 작동하여 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음악감상을 했는데, 역시 스피커, 앰프의 성능차이인지 감상할 만 했다.
비지스의 노래와 My way를 감상하고, 아이들을 위해서 미녀와 야수의 음악을 들려주었다.
박물관 관람을 끝내고 경포부근의 이름모를 송림 속을 드라이브한 다음, 초당 순두부집에 들어서 순두부를 먹었다.
그 집 된장과 비지찌게는 언제나 일품이다.
6. 휴가 마지막 날, 돌아오는 길
아침을 먹고 곧바로 오대산으로 향했다.
먼저 소금강에 들렀다.
한동안 내린 장마비 때문에 물이 불어서 물소리와 급류의 흐름이 장쾌했다.
금강산을 가보지 못한터라, 그 곳을 小金剛이라고 불러도 되는지는 아직 알지 못하겠지만, 치솟아 오른 산세와
그 산세를 따라 치솟은 나무들, 치솟음에 반비례하여 깊어진 계곡들이 자못 장관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토종닭 백숙을 먹었는데, 나중에 나온 닭죽이 더 좋았다.
소금강을 뒤로 두고 오대산을 넘어서 월정사에 들렀다.
월정사 경내를 둘러보다 대웅전 뒤켠으로 돌아가려는데 아내가 팔을 잡는다.
대웅전 뒤켵에 모유를 먹이고 있는 새댁이 있단다.
멀찌감치서 보니 윤석이와 경욱이는 그 새댁에게 가서 아기를 보고 을러고 있있다.
(부러웠지만 어떠냐고 물어보기가 좀 그랬다.)
월정사 9층석탑에서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고, 한쪽 구석에 있는 샘물로 가보니, 그 샘물의 위를 덮은
작은 건물이 있고 그 건물의 현판이 보인다.
佛 乳 閣
부처님의 젖이 흘러나오는 곳이란 말이다.
샘물을 부처님의 젖에 비유한 것이다.
윤석이에게 설명하니, 부처님은 남자인데 어찌하여 젖이 나오는지 따진다.
'징그러운넘.........'
성인은 성별이 없다고 눙치지만 그래도 미심쩍어한다.
'운치없는 넘 같으니....'
사찰에 들어가면 먼저 그 사찰의 주변 산세부터 살펴본다.
어느 절이나 마찬가지지만 유독 월정사의 앉음새는 주변의 산세에 아득하게 파묻혀 안정감있어뵌다.
산에 가면 나무를 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월정사 주변의 금강송은 유독 곧게 자라있다.
잔가지도 그다지 많지 않고 모두가 대들보감으로 자라고 있었다.
소나무는 그 세력이 다할 때에 유독 잔가지를 많이 내고 잔가지 마다 솔방울을 많이 맺는다.
후손을 퍼뜨리려는 자연의 섭리이다.
그래서 잘 생긴 아름드리 나무들은 솔방울을 거의 달지 않는다.
월정사 주변의 소나무 아래에는 솔방울을 구경하기 힘들다.
오후 다섯시경에 월정사를 출발하였다.
최초 계획은 국도를 따라 주변 경관을 살피기로 작정했으나 늦은 시간에다 비까지 오고 있어서 그냥 고속도로를 타고 왔다.
여행은 다시 돌아오기 위함이라고 했다.
돌아오는 길은 많이 막혔다.
2003. 7. 30 맑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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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 사진은 월정사 경내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그 다음 사진은 파도와 노는 윤석이입니다.
다음 사진은 월정사의 샘물 현판입니다.
맨 아래 사진은 소나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