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바다와 아이들 <바다와 아이들>
맑은날T
2003. 9. 5. 17:14
바닷가에 아이들이 놉니다.
어른의 바다는 늘 그렇듯 무심하여도 아이들의 바다는 무심하지 않습니다.
바다가 먼저 아이들에게 발을 간질이면서 장난을 겁니다.
아이들은 바다가 걸어오는 파도 장난에 맞장구치며 놉니다.
바다가 파도로 슬그머니 아이들 발치에 다가옵니다.
아이들은 파도가 발에 닿을락 말락 할 때까지 있다가 재빠른 뒷걸음질로 약올립니다.
그러면 바다는 작은 파도 하나를 몇 개를 아이들에게 보내고는 딴청을 핍니다.
아이들은 금새 속아서 바다에 좀 더 다가갑니다.
바다는 그 때를 놓치지 않고 큰 파도를 만들어 보냅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꼼짝못하고 당하지요.
그렇게 파도에 발을 빼앗겨도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더 유쾌해지고, 오히려 바다와 더 친하게 놉니다.
기억에도 없는 아주 아주 멀고도 먼 옛날, 땅위에 발이 묶이기 전에 마음껏 놀던 곳이 바다라는 것을
아이들은 알 리 없습니다.
그래도 바다는 용케 아이들을 알아보고 장난을 겁니다.
늦 여름 석양이 아이들의 목덜미를 붉게 물들이며 장난을 걸어도 아이들은 바다하고만 놉니다.
2003. 9. 5 맑은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