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운전...그리고 끼어들기

맑은날T 2005. 10. 12. 15:08
 

운전경력이 많은 편은 아니다.

남들은 학교 다닐 때 방학을 이용하여 면허를 많이 취득했는데, 난 그 당시 그런 것을 우습게 봤다.


‘면허를 왜 따고 그래, 나중에 기사 고용하면 될 것을.....’

- 이제는 명퇴하면 어디 운전기사 자리가 없을까 미리 물색하는 중이다. -


졸업하고 취직해서도 면허를 늦게 취득했다.

사무실에서만 근무하다보니 업무적으로 필요하지 않았고, 아이가 없었으니 큰 불편이 없었던 탓이다.

그러다 결혼하고 4년이 되다보니, 아이가 둘 생겼다.

가끔씩 나들이 갈 때, 윤석이는 걸리고, 경욱이는 안고 지하철을 탔는데, 더운 여름에 땀 삐질삐질 흘리다보니 차가 필요했고, 자리찾아 두리번 거리는 윤석이가 민망해서 면허를 취득했다.

물론 면허 딴 사람들이 다 그러듯이 필기와 실기를 한 방에 붙었다. (진짜다)

면허따고 한 달 지나서 중고차 한 대 사고, 다시 일주일 만에 부산에 다녀왔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미쳐도 곱지는 않게 미쳤었구나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어쨋거나 초보운전 때 다들 경험했다시피,

차선 바꾼 다음에 깜빡이 넣기,

차 길이보다 좁은 공간에서 일렬주차하겠다고 왕복운동을 30번 하다가 포기하기,

(이럴 땐 꼭 길가다가 제 일 제쳐놓고 가만히 지켜보는 사람이 있는데  사람이 왜 살인하고 사는지 이해가 가는 순간이다)

에어콘 켤 줄 몰라서 정비공장 찾아가기,

야간운전을 하면서 전기 아낀다고 전조등 안켜고 다니기,

운전 중에 핸드폰 거는 사람에게 이유없이 화내기,

2킬로미터는 더 가야 좌회전을 하는데 미리 막히는 곳으로 차선바꾸기,

양보해준 차량에게 감사인사 한답시고 비상깜빡이 누르려다 앞차 박을 뻔하기,

(이러다 사고나면 마이 쪽팔린다)

머 대충 이런 경험을 했고 현재까지 운전진행형이다.


그래도 사고 한번 없이 10년 가량 운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운 일은 끼어들기이다.

특히 예전에 비하여 요즘 사람들은 방향지시등을 넣어도 양보안해주기 일쑤다.

그러면 대충 머리부터 디밀어야하는데 그래도 바짝 붙이면서 양보안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나도 빨리 가려고 얌체끼어들기하는 사람은 절대 안끼워주는 스타일이긴 하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차선을 바꿔야 하는데 양보안하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나름대로 효과 100점짜리 방법 2개를 개발했고 종종 사용한다.

참고하시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상황 1 . 정상적인 차선 바꾸기에 양보를 해주지 않는 경우

나 : 방향지시등을 켜고 서서히 진입한다.

너 : 앞차에 바싹 붙인다.

나 : 좀 더 속도를 내면서 다시 시도한다.

너 : 또 붙인다.

(이때 앞에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고 그 차가 서면, 그 차 옆에 차를 붙이고 창문을 내리고 웃으면서 경음기를 톡톡 두드린다)

나 : “아저씨! 양보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혹시 엄청 급한 일 있으신가요?”

(최대한 미소를 머금고 무척이나 진지하고 정중하게 말해야 한다)


이러면 대부분 상황 끝이다. 그렇게 급한 일이나 끼워주면 안되는 엄청난 이유를 가진 사람을 아직 못 봤다. (아무 소리 없이 끼워주게 된다)


상황 2 . 좌회전하여야 하는데 직진 차선에 멍청하니 서 있을 경우

나 : 좌회전 차로에 서 있는 차들 중 영업용 택시와 같이 지리를 잘 알 것 같은 차 옆에 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린 다음 경음기를 가볍게 두드린다.

너 : 창문을 내리고 쳐다본다.

나 : “저기 아저씨! 시민회관 가려면 어떻게 해요?” (시민회관은 좌회전해야 한다)

너 : “좌회전해서 좀만 더 가면 되는디요???”

나 : (당황한 표정으로) "예에?  길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좀만 끼어 들께요."

너 : "그러세요."(은혜를 베푼 자의 미소를 가지고...)

가끔 지나치게 친절한 사람은 시민회관까지 에스코트 해주는 경우도 있으므로 유의하기 바란다.



2005. 10. 12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