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뱀에 관한 생각.... 칠점사>
맑은날T
2001. 2. 17. 09:46
용의 해가 가고 뱀의 해, 신사년이 밝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12지 열두 동물 중에 이상하게 여긴 동물이 뱀입니다.
먼저 모두 포유류인데 유독 뱀만 파충류인 점이 그렇습니다.
(물론 용이 포유류인지 아닌지는 못 봐서 모르겠지만 동양에서의 용은 상서로운 동물이고 멋있으니까 제쳐둡니다.)
그리고 다들 인간과 친하거나 최소한 인간이 경외감을 가지는 동물인데 뱀은 그렇지 못합니다.
아무런 분별력이 없는 어린아이들도 뱀을 보자마자 거리껴합니다.
눈동자 없는 눈, 날카로운 사아, 두 개로 갈라진 혀, 차가운 비늘, 그리고 소리없는 침묵................
다들 그러듯 저도 어릴 적부터 뱀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길을 가다 길섶에 숨어드는 뱀을 보면 꼭 돌로 내려치곤 하였습니다.
그리고도 남는 찜찜함.......죽이다 말면 밤에 고추를 문다는 이야기들.....
그런 제가 뱀을 먹은 적이 두 번 있습니다.
아주 어릴 적 여름 대수로 논둑이 무너진 곳을 수리하시던 아버님이 삽으로 비싼 영약이라는 백사새끼 한 마리를 잡으신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 논두렁에 던져 놓은 것을 저보다 세 살 많은 형이 구워서 자기는 몸통을 먹고 저는 대가리를 먹였답니다.
그래서인지 형은 우리 형제 중에 가장 건강하고 저는 공부를 쬐금 했습니다.
나머지 한번은 스무살의 치기로 독사를 구워 먹은 적이 있는데, 솔직히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지만 두 번 다시 먹고픈 생각은 나질 않았습니다.
뱀의 해입니다.
그리고 제가 뱀띠입니다.
제 이름만큼 내켜하지 않는 것, 그렇지만 바꿀 수 없는 것 중 하나입니다.
그 뱀의 해를 세 번째 맞이 하면서.....뱀과 같이 지혜롭게, 뱀과 같이 소리없이 살아보자고 다짐해 봅니다.
이하는 웹에서 따온 뱀에 대한 얘기들을 그대로 옮겨 보았습니다.
~~~~~~~~~~~~~~~~~~~~~~~~~~~~~~~~~~~~~~~~~~~~~~~~
【시·묘사】
물을 마시다가 그놈은 흡사 마소가 그러듯이 대가리를 쳐들고
흡사 물을 마시는 마소가 그러듯이 물끄러미 나를 보았다.
그리곤 그 입술로부터 두 갈래로 찢어진 혓바닥을 날름거리고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대가리를 숙이고 조금 더 물을 마셨다. 대지의 끓는 내장에서 나온 토갈색, 토금빛 나는 것
에트나 산이 연기를 뿜은 7월 시실리의 그 날
……
그놈은 흡족히 물을 마시고 나서
흡사 취한 사람같이 꿈꾸듯 대가리를 쳐들고는
입술을 핥는 것도 같이 허공에 찢어진 밤과도 같이 그렇게도 새까만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그리곤 흡사 신과도 같이, 보지도 않으면서 공중을 두루 살피고는
천천히 머리를 돌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세 겹 꿈속에나 잠긴 듯이 《D.H.로렌스/뱀》
아편을 지닌 입술에 떠도는 미소
올빼미인 양 어둠 속에서만 광채 나는 눈
불사의 망령처럼
베갯머리를 맴돌면서
신기루 속으로 유인하는 화사(花蛇)
독한 버섯 같은 입술을 다물어 주렴 《함윤수 咸允洙/화사 花蛇》
사향 박하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을마나 크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어리냐.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 내던
달변(達辯)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낼룽그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뜯어라, 원통히 물어뜯어 《서정주 徐廷柱/화사 花蛇》
산딸기 밭에서
뱀이 새를 먹고 있었다.
다 먹힐 때까지
새는 살아 있었다.
뱀을 밟아 죽이고
그 발을 산간 시냇물에 씻었다. 《임정남 林正男/자살 自殺》
뱀은 머리를 기웃기웃하더니 늘씬한 몸을 늘였다 줄이면서 그 나뭇등걸 밑으로 머리를 수그렸다. 푸른 바탕에 누른 점, 흰 점이 볕에 얼른얼른 빛났다. 그것이 징글징글 기어 풀 속으로 내리는 것은 정신이 아찔하도록 무서웠다. 《최서해 崔曙海/그믐밤》
퍼런 등골은 햇볕에 윤기가 번득거리고 희슥한 햇살에 누른 점이 얼룩얼룩하였다. 그리고 둥그스름하고 넓죽한 머리에 불끈 빼진 눈은 때룩때룩하였다. 《최서해 崔曙海/그믐밤》
지금 뒤안 언덕에서도 또 개구리를 깨물고 기어 내려온 꽃뱀 한 마리를 길쭉한 작대기로 허리를 지그시 누르고 그 입에서 개구리를 건져 내어 주고 있는 참이다. 머윗대곰반부리풀, 도꼬마리, 도둑놈의갈고리 들이 이들 위로 덩굴져 오르는 뱀혀풀들과 엉겨 지난 여름 동안 우거질 대로 우거진 태봉 영감네 이 뒤안 언덕에서는 번번이 뱀들이 선율(旋律)을 치며 기어 내린다. 《이수복 李壽福》
【고사·일화】
레르네 늪의 독사 히드라는 티폰과 에키드나의 딸이라 한다. 레르네 늪 일대를 휩쓸며 인축(人畜)을 해치는 물뱀으로서, 머리가 여럿 달렸는데 그 중 하나는 절대 죽지 않는 머리라고 하며, 머리를 베면 그 자리에 곧 새 머리가 생겨난다는 무서운 독사였다 한다. 그리스의 영웅 헤라클레스는 독사 히드라를 활로 쏘아 늪에서 몰아내고, 머리를 잘라 타는 장작개비로 잘린 상처를 지져 머리가 다시 돋아나지 못하게 하고 마지막으로 머리를 큰 바위에 짓찧어 죽이고 말았다. 헤라클레스는 히드라의 독을 화살촉에 발라 놓았는데, 이 화살을 맞으면 몸에 독이 퍼져 반드시 죽었다. 그런데 영웅 헤라클레스도 이 히드라의 독으로 죽었다. 그의 아내 데야네리야는 남편의 독화살에 맞아 죽어가는 넷소스가 죽으면서 그녀에게 귀띔해 준 말, 즉 독이 섞인 자기 피를 옷감에 발라 간직해 두었다가 후일 남편이 딴 여자한테 반할 경우 그것으로 옷을 지어 남편에게 입히면 남편의 마음이 돌아선다는 말을 곧이듣고 후일 이올레 왕녀에게 반한 헤라클레스에게 그 독 묻은 옷감으로 예복을 만들어 입히자 헤라클레스는 죽고 말았다. 현인(賢人) 케이론도 헤라클레스의 독화살을 무릎에 맞고 죽었다.
뱀 가운데 제일 진기한 것은 하늘을 나는 뱀이다. 대단히 희귀한 것으로, 자바나 말레이시아에서밖에 볼 수 없다. 리본처럼 몸을 납작하게 하고 나무에서 나무로 헤엄 치듯 날 수 있는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다. 날고 있을 때는 마치 독사가 성났을 때 머리를 납작하게 하는 것같이 늑골(肋骨)을 넓힌다. 이 기묘한 동물이 아래로 내려올 때는 소용돌이처럼 되어 땅으로 내려온다. 이 뱀을 북부 지방에 운반하려고 여러 번 시도했으나 번번이 수송 도중에 죽어 버렸다. 이 뱀의 학명(學名)은 「크리소페레아 올나다」라고 한다.
스파르타 왕 클레오메네스가 사형을 당하였을 때 뱀 한 마리가 그의 머리에 감겨 있어 솔개들이 감히 날아오지 못함을 보았다. 이 소식을 들은 새 왕은 미신적인 공포에 사로잡혔다. 하느님이 특별히 사랑하는 인간 이상의 존재를 살해한 것 같아서 천벌을 두려워하였다. 궁중에 있는 수많은 궁녀들도 모두 고사를 드리고 죄 사함을 빌었으며, 알렉산드리아의 시민들은 클레오메네스를 영웅이며 신의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그 장소로 가서 경배드렸다. 마침내 학자들이 모여서 소의 시체에서는 벌, 말의 시체에서는 등에, 당나귀의 시체에서는 말벌이 생기는 것처럼 사람의 시체가 썩어 진물이 모이면 뱀이 생긴다고 말하자 모두 안심하였다. 그러므로 온갖 짐승 가운데 구렁이는 영웅과 깊은 연유가 있다. 《플루타르크 英雄傳》
사족(蛇足) : 부질없는 짓을 이렇게 말하지만, 다만 부질없다는 것뿐만 아니라 일을 망쳐 버리고 만다는 뜻도 담기어 사용된다. 전국 시대 초(楚)나라에 어떤 사람이 제사 때 단 한 잔의 술을 여러 명의 하인들에게 내주었다. 그들은 땅에 제일 먼저 뱀 그림을 그린 사람이 그 술을 마시기로 정하고 경쟁을 시작했다. 맨 먼저 그려 낸 사내가, 「난 발까지 그릴 수 있어.」 하고 뽐내며 그림을 그리는 사이에 다른 한 사람이 뱀을 다 그리고 나서는 앞의 사내한테서 잔을 뺏어 들고, 「뱀에게는 원래 발이란 건 없는 거야.」 하더니 술을 단숨에 마셔 버렸다. 《전국책 戰國策》
일찍이 신라 경흥왕의 침전에는 매일 저녁이면 많은 뱀들이 모여들었다. 나인들이 놀라고 두려워 쫓아내려 하니 왕이 말했다. 「나는 뱀이 없으면 편안히 잘 수 없으니 쫓아내지 말라.」 그리고 언제나 잘 때에는 뱀들은 혀를 날름거리며 왕의 가슴에 뒤덮이곤 했다. 《일연 一然/삼국유사 三國遺事》
꽃뱀
이외수
간다 화냥년아
몸살나는 늦보리밭에 출렁대는 달빛아
저승에도 이승에도 이제 나는 못살아
찔레덤불 위에다 허물 한겹 걸어놓고
핏물 독물 다 뱉아서 사르비아 불태우고
보아라 매독으로 돋아나는 맨살 가득
꽃점비늘
~~~~~~~~~~~~~~~~~~~~~~~~~~~~~~~~~~~~~~~~~~~~
칠점사입니다.
물리면 일곱 발자국 밖에 못가고 죽는다 하여, 七步蛇, 七点蛇 로 俗語가 붙여졌답니다.
까치살모사, 칠점백이, 칠보사, 쩜사라고도 불립니다.
이구 무시라....
2001. 1. 2 맑은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