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윤석이(1) 감, 고욤>

맑은날T 2001. 2. 17. 10:29


큰 놈 윤석이는 좀 게으르고 꾸물대는 편입니다.
그래서 집에서 별명이 '꾸물이'입니다.
그리고 정신이 없습니다.

어느 정도냐면요...
어제 외출하려고 옷을 갈아입을 때입니다.
보통 다른 집에서는 외출을 할 때면 와이프가 화장하느라 꾸물거려서 늦어지지만 우리 집에선 큰 놈 때문에 늦어지기 일쑤입니다.
그날도 일찍 나가려고 애들한테 '늦는 놈은 집에 두고 간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옷을 갈아입으라고 두 놈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유독 큰 놈한테는

"'윤석이 너 빨리 갈아입어!! 꾸물거리지 말고...."

두 놈이 옷을 갈아입기 시작합니다.
큰 놈이 먼저 면티를 벗더군요.
그리고 남방을 갈아입고 단추를 끼기 시작합니다.
그때 둘째 놈이 면티를 벗고서는 뒤집어진 옷을 바로하고 있었습니다.
그걸 본 제가 칭찬을 했지요.

"이야 경욱이 착한데... 옷도 바로 해 놓고..."

이 소리를 들은 큰 놈(공명심이 좀 있습니다)은 단추를 잠그다 말고 곧 바로 자기가 벗어놓은 면티를 바로 하기 시작합니다.

옷이 둘둘 말려 있어 바로 하기가 약간 까다로웠던가 봅니다.
한참을 뒤적여서 옷을 바로 하더니....갑자기 입었던 남방을 다시 벗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옷 뒤집는데 정신이 팔려서 자기가 옷을 이미 갈아입었다는 것을 벌써 잊어버린 모양입니다.
'어이구 저놈 또 정신 잃었구나'하면서 쳐다만 보고 있었습니다.
큰 놈은 남방을 벗더니 다시 면티를 척 입습니다.
그 때 제가 또 한마디 합니다.

"윤석이 너 옷 안 갈아입구 뭐해?"

그제서야 큰 놈이 자신이 생각해도 한심한지 피식 웃더니 또 갈아입기 시작합니다.

큰 놈이 옷을 다 갈아입은 다음 우리가족이 엘리베이트앞까지 왔다가 큰 놈이 신은 슬리퍼를 운동화로 갈아 신으러 다시 들어간 건 어제만의 일이 아니라 일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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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입니다.

파란 하늘과 나뭇잎이 다 진 감나무 꼭대기에 달린 까치밥으로 남긴 감 몇알....

전형적인 제 고향의 늦가을 모습 중 하나입니다.

제 고향에는 감이 많습니다.
여름이면 동네는 큰 감나무로 덮여서 진초록 숲을 이루고 집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가을이 되어 그 감나무가 단풍이 들면 장관을 이루지요.
감나무잎이 단풍들면 주홍색, 빨간색, 주황색, 연노랑 등으로 꽃을 피운 것과 같이 아름답습니다.

제 고향에 나는 감은 '청도반시'라고 하는데 감알이 굵고 납작합니다.

홍시로 먹는 감인데 특이하게도 씨가 없습니다.
물론 100개중에 하나 정도는 씨가 한 개 내지 두 개씩 있지만 대부분 씨가 없어 먹기가 참 편합니다.

가을에 장독에 넣어둔 약간 얼음살 박힌 홍시를 겨울밤에 꺼내어 먹는 맛이란....

서울에 나오는 홍시 중 상당부분은 청도반시입니다.
언제 한번 드셔보시죠^^

밑에 그림은 고욤열매입니다.
감과 같은 종류인데 모든 감은 이 고욤나무씨를 심어서 난 묘목에다 접붙이기를 하여 키웁니다.
접붙이기중에 성공하기가 어려운 것 중 하나가 감나무 접붙이기입니다.


2000. 10. 2 맑은날 ksg4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