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환경미화 수선화>

맑은날T 2001. 3. 24. 11:58
그저께 오후에 부장님이 갑자기 꼬마장미 화분 하나를 들고 들어오십니다.

"난 이제 시들지 않는 장미를 키우겠어~"

삼천원을 주셨다고 합니다.

옆 사무실 직원 중에 화원을 하는 직원이 있는데, 그 직원이 화분 몇 개를 가지고 왔는데 그걸 사신 거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보고 가서 화분 한 개 사서 사무실 환경조성을 하라고 다그치십니다.
내키지 않는 맘으로 소 끌려가듯이 끌려가서 화분을 보니까, 네 개가 있었습니다.

먼저 사랑초가 눈에 들어옵니다.
흑갈색이라고 하기엔 붉은 기가 강하고 진보라라고 하기에는 검은 빛이 강한 하트모양의 잎이 예쁜 화초입니다.
여리고 길다란 잎자루 끝에 하트모양의 잎이 달려 있습니다.
꽃을 보기보단 잎을 보는 화초인데, 밤이 되면 하트모양의 앞사귀가 접혀서 양쪽이 서로 꼭 붙어 잔다고 합니다.
언젠가 칼럼에 올린 자귀나무랑 비슷한거지요.
그래서 이름을 사랑초라고 붙였나봅니다.(역쉬 사랑은 붙어야 하나 봅니다 ^^;)

그걸 고르자니 붙어서 자는 예쁜 모습은 보기 힘들 것 같고, 잎 색깔 자체로는 칙칙해서 사무실 미화에 큰 도움이 안될 것 같아서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히야신스를 살까 생각했는데 가격도 다른 것보다 33%나 비싸고(다른 것은 3천원인데 히야신스는 4천원임) 멀지털이같이 몰린 꽃송이가 한꺼번에 다투듯이 피는 모습이 산만해서 별로인 것 같아 그만두었습니다.


그 다음은 꼭 같은 화분이 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수선화였습니다.
하나는 노란 꽃이 두 개나 피어있었고, 나머지 하나는 겨우 꽃망울을 맺고 있었는데 그중 꽃망울을 맺고 있는 것을 골랐습니다.

사무실에 가지고와서는 수선화를 책상앞에 두고 먼저 뿌리를 손질합니다.
양파와 꼭 같이 생긴 덩이뿌리에 젖먹이 어린아이의 손가락 같이 통통한 잎이 군자란의 잎 모양으로 대여섯개 자라고 그 가운데에 꽃대가 하나씩 올라와 있습니다.
꽃대 하나는 금방 꽃망울을 터뜨리는 중이고 나머지 꽃대는 4개가 더 있었는데 아직 꽃망울의 모양만 보입니다.
뿌리가 삐져 나온 걸 잘라내고, 다시 화장지에 물을 묻혀서 잎사귀를 손질합니다.
잎사귀에 묻은 먼지와 흙탕물을 손때가 안묻게 조심스레 다 닦아내고는 화분 위에는 작은 자갈을 난화분에서 가져다 깔아 놓았습니다.
그리고 물은 흠뻑 주고서는 책상 앞에 올려 놓았습니다.

어제 아침에는 꽃망울을 맺고 있던 꽃이 피더니 오늘 아침에 출근해 보니 꽃이 네 개나 피어있습니다.
수선화도 노란 꽃받침이 여섯갈래로 갈라져 있고 그 가운데에 언듯보면 꽃술같이 보이는 주름잡힌 치마모양의 노란 꽃이 피어 있습니다.
그 치마속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말이 좀 이상합니다. 이 구절만 따로 인용하시진 마십시오.^^) 노란 암술이 하나있고 그 주위로 여섯개의 수술이 보입니다.

안보이던 꽃술도 다시 한 개 보입니다.
꽃술들은 하루에 3-4센티씩이나 자랐습니다.

앞으로도 일주일은 살아있는 꽃을 보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렇게 꽃들은 약간만 신경을 써 주어도 잘 자랍니다.
어린왕자의 별에 나오는 장미같이 유별나고 변덕스러운 꽃은 아마도 없는 것 같습니다.



수선화 아시죠?
나르시스가 지 얼굴에 반해서 물에 빠져 죽은 자리에 자라났다는 그리스 신화속에 나오는 꽃이죠.
제가 올린 수선화는 흰 꽃받침을 가진 수선화입니다.

2001. 3. 23 맑은날


아래 꽃은 제가 키우는 꽃입니다.
어제 찍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