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새 이야기(3) 꿩-장끼>
맑은날T
2001. 4. 28. 10:10
새 이야기(3)
새들의 생존본능에 대하여 이야기할까요?
어릴 적 초봄이 지나고 날씨가 많이 따뜻해지면, 겨우내 외양간 신세를 지던 소를 끌어내어
가까운 야산이나 들에 끌어다 묶어 놓습니다.
이제 막 자라는 풀을 뜯게 하기 위함이지요.
국민학교 5학년 무렵 일요일로 기억됩니다.
오전 10시쯤 소를 외양간에서 몰아내어 집 뒤 야산에 묶어두러 갔습니다.
그때 그 야산을 우리는 '가리말리'로 불렀는데, 어원은 아무리 유추해도 알 도리가 없습니다.
소를 끌어다 유독 파릇파릇한 새싹(주로 억새입니다)이 많아 보이는 곳에다 묶어두고 다시
내려오는 길이었습니다.
갑자기 앞에 있는 풀섭에 작은 소란이 이는 것이었습니다.
풀섶을 쳐다보니 꿩병아리(꿩새끼) 여남 마리가 인기척에 놀라서 도망가는 것이었습니다.
꿩병아리는 병아리보다 좀 작은데, 회색 빛이 도는 등에는 검은 세로 줄무늬가 서너개 있어
풀섶에 숨어버리면 좀체로 찾기 힘듭니다.
저는 그것을 보자마자 꿩병아리를 잡으려고 서둘렀습니다.
사실 잡아서 키운다거나 구워먹겠다던가 하는 목적의식이 없는, 어쩌면 태고적의
사냥본능이었는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이놈의 꿩병아리들은 한꺼번에 몰려 도망가는 게 아니라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갑니다.
그러다 보니 잡으려는 저로서는 목표를 정하는데 애로가 생겨 우왕좌왕하게 됩니다.
(아프리카 임팔라나 얼룩말도 사자가 나타나면 이렇게 도망간답니다)
그렇게 좌충우돌로 꿩병아리를 뒤쫒다보니, 바로 3-4미터 떨어진 곳에 어미로 짐작되는
까투리 한 마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저를 보고 있지 않겠습니까.
꿩대신 닭이 아니라 병아리 대신 어미지요.
살이 통통하니 오른 게 맛나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놈에게 한발짝 슬쩍 다가가니 그놈은 두세발짝 정도 뒤로 물러나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날아 오를 줄 알았던 꿩이 뒤로 걸어서 물러나자, 그것도 그냥 뛰어서 가는 게 아니라
약간 절름거리면서 물러나는걸 본 저는,
'옳다구나. 이놈이 다리를 다쳤구나!!'
하는 생각으로 재차 몇 발짝 뒤쫒아 가 보았습니다.
역시 까투리는 날아오르지 않고 다시 절름거리면서 몇 발짝 산으로 도망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필사적으로 까투리를 잡으러 뛰었고, 까투리는 절름거리면서 산으로 도망갔습니다.
그런데 까투리와 저 사이의 간격은 꼭 3-4미터 정도를 유지하면서 더 가까워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더 멀어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쫒고 쫒기기를 약 30-40미터 정도하였을 무렵 갑자기 까투리가 날아올랐습니다.
저는 어느새 야산 중턱에 올라와 있었지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꿩한테 속은 기분을 억지로 추스리며 터덜터덜 내려왔습니다.
아래로 내려와서보니, 그 많던 꿩병아리들은 풀을 헤집고 찾아봐도 한 마리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면서 계속 고개를 갸웃거려지고 헛웃음이 났었지요.
짐승한테 속은 기분.......별루 좋진 않았지만,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그랬답니다.
훗날 까투리의 이러한 행동이 "의○"라고 들은 기억이 있지만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어쨌거나 아름다운, 그리고 지혜로운 본능이지요?
참~ 그날 이후로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생각의 하나가..
'그때 까투리와 꿩병아리는 무사히 한놈도 안빠지고 재회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의견은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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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입니다.
그림의 꿩은 장끼입니다.
다 아시다시피 꿩의 수컷은 장끼, 암컷은 까투리라고하는데, 우리의 토종 장끼의 아름다움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답니다.
그에 비하여 까투리는 장끼와 비교하면 '과연 같은 종일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볼품없고 초라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
까투리는 까투리대로 장끼가 잘난 외모로 금계나 은계 혹은 공작 같은 새랑 바람을 필까 노심초사하고, 장끼는 장끼대로 까투리의 투기와 못난 까투리와 평생 살아야 한다는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린답니다^^;;
참! 암탉이 바람핀 얘기 아시는지?
닭들이 사는 조용한 동네에서 어느날 저녁, 어느 집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그 어느집에 사는 암탉이 바람을 피웠다고, 수탉이 암탉을 늘씬하게 쥐어패고 대들고 하는 닭싸움이 난거지요.
그 일이 있고 약 보름이 지나서였습니다.
그 어느집의 암탉이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온 동네 닭들은 모두 어느 집의 수탉이 패 죽인거라고 수근거렸지요.
그날 촌장닭은 수탉을 불러다 취조를 했습니다.
"자네 와이프가 왜 죽었나?"
눈만 껌뻑거리며 앉아 있던 수탉이 입을 뗍니다.
"지는 잘 몰라유~.... 어제 밤부터 타조알 낳느라고 끙끙거리더니 아침에 보니 죽어있대유~"
※ 오늘의 교훈 : 앞 뒤 재보고 합시다...뭐든지...^^
2001. 4. 28 맑은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