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를 감사하며..
또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이제 2005년도 6일 남았습니다.
아침에 직원들 모아 놓고 tea time을 가졌습니다.
이번 한 주는 정리하는 한 주를 보내자고.
업무적으로는 책상 위에 쌓인 서류나 책상 서랍을 정리하고,
개인적으로는 친구나 친척들에게 안부도 묻고 묵은 감정도 정리하자고.
생각해보면 이번 한 해도 감사한 일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늘 투덜거리면서 한 해를 보낸 것으로 기억되는데, 다시 생각하면 감사할 일이 더 많은 것이지요.
먼저 아내에게 감사해야 하겠지요.
박봉에도 말없이 살림을 꾸려가고, 약간의 저축도 했나 봅니다.
매일 저녁마다 두 아들의 공부를 돌본다고 정신이 없었고, 이쁜 옷 하나 장만하지 못한 한 해였지요.
지난 늦가을 밤 늦도록 발로 뛰어 다니면서 인구조사요원으로 활동해서 받은 얼마 간의 돈으로 옷 한 벌 사겠다고 벼르더니, 결국 지난 토요일 큰 놈 영어특강비로 몽땅 지출하면서도 웃는 모습이 참 고왔지요.
게다가 승질 사나운 내 눈치도 엔간히 봤을 테지요.
두 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무탈하니 자라준 게 무엇보다 감사하고, 가끔씩 상을 받아오기도 했고, 키도 부쩍 커졌습니다.
이제 작은 놈은 고추를 만져보자면 질겁하고 도망갑니다.
내년에도 또 아이들이 더욱 부쩍 자랄텐데, 그 자람을 다 포용하려면 아빠의 마음도 따라 자라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가족들에게 다 감사합니다.
친가나 처가 식구들 모두 건강해서 감사하고 우애가 있어 감사했습니다.
명절이나 집안의 대소사로 가족들이 모이면 그렇게 재미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셋째 형수는 아직도 제가 친동생처럼 애뜻한가 봅니다.
지난 설에는 저를 몰래 불러서 당신이 직접 벌어서 모은 돈이라면서 용돈을 따로 주시기도 하는 형수입니다.
제가 데리고 있는 직원들에게 감사합니다.
누구보다고 깐깐하고 성질 사나운 팀장을 만나서 3년이 다되어 가도록 만성적인 야근과 격무를 하면서도 늘 웃어주는 좋은 친구들입니다.
게다가 일을 잘하여 해마다의 팀평가에서 늘 1등을 하는 팀장을 만들어 주기도 하였습니다.
작년에는 1등 상금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사서 직원의 아내와 남편, 미혼인 총각의 어머니께 하나씩 보내드렸습니다.
당신의 남편과 아내, 그리고 아들이 함께 열심히 해서 상금을 타게 되었다고, 그래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는 글을 함께 우편으로 보내었는데, 올 해는 어떤 선물이 좋을지 벌써부터 즐거운 고민을 해봅니다.
그 외에 제가 알고 있는 친구들, 직장상사와 후배들에게 감사합니다.
제 일이 바쁘다고 자주 안부전화도 못하지만, 가끔 안부전화도 주고, 전화할 때면 늘 반갑게 받아줍니다.
오는 새해에는 먼저 안부전화를 자주 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방에 오시는 손님들께 늘 감사를 드립니다.
이 방에 오시는 손님들 모두는 저와 가장 감성적인 코드가 맞는 분일 거라 생각합니다.
각박한 세상에서 맑고 시원한 바람이 통하는 창을 하나씩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제가 그 창이 될 수 있으면 참 좋겠단 생각으로 글을 올리는데, 자주 그러질 못하는 것 같아서 늘 미안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이 방을 떠날 수가 없고 아무리 바빠도 글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게 하나 봅니다.
오는 새해에는 모두 행복하시길 빕니다.
힘들다고 생각되시면 옆이나 뒤를 한번만 돌아보시면 좀 더 나아지실겝니다.
한 해동안 감사했습니다.
2005.
12. 26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