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경욱이 일기(1) 고사리>

맑은날T 2001. 5. 8. 16:45

♥ 아빠가 쓰는 경욱이 일기(1) ♥


어제는 집에서 놀았는데, 오늘은 유치원 가야하는 날이다.

그냥 더 자고 싶은 데 엄마가 자꾸 깨운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유없이 짜증내면 엄마한테 혼나니까 그냥 일어났다.

밥 먹고 치카치카하고 엄마가 준 옷을 입었다.

엄마가 치카치카를 열번 하라고 했는데 아홉번 하고 열 번 한 척 했다.

엄마는 아홉번만 한 것을 몰랐다.


오늘 또 멜빵이 달린 바지를 입으란다.

난 고무줄 바지가 제일 편한데....

난 멜빵바지가 제일 싫다.

유치원에서 놀거나 쉬하다보면 멜빵끈이 풀어지기 때문이다.

그치만 그냥 입었다.

저번에 엄마한테 안 입는다고 했다가 혼났기 때문이다.


옷을 다 입고 신발을 신으러 갔는데 신발이 좀 이상하다.

지난 주에 엄마가 사준 디지몽신발인데 오늘 아침에 신어보니 신발이 어제보다 좀

작아진 것 같다.

갑자기 못 부린 짜증이 다 쏟아진다.

신발이 작아진 건 다 엄마 때문이다.

옆집 상구랑 우석이는 끌레프에서 샀는데 엄마만 그냥 신발가게에서 산 탓이다.

엄마한테 신발이 작아졌다고 따지기로 했다.


"엄마~ 엄마가 끌레프에서 신발을 안 사서 신발이 작아졌잖아. 나 이 신발 안 신을래~"


그러자 엄마는 좋은 말로 타이른다.


"경욱이 신발은 작아지고 하는 게 아니란다"


그래도 내가 생각하기엔 엄마가 신발을 끌레프에서 안 샀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몇 번 짜증내자 엄마 표정이 좀 변하기 시작한다.

엄마 눈꼬리가 올라가거나 목소리가 작아질 때는 좀 조심해야 한다.

엄마 눈꼬리로 보아서 신발문제로 자꾸 시비해야 이득은 없을 것 같다.

그치만 엄마는 너무 치사하다.

엄마가 끌레프에서 신발을 안 사놓고서는 나만 혼내는 걸 나는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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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욱이는 가끔 아침에 유치원가기 싫어서 쓸데없는 꼬투리를 잡아서 엄마 속을 뒤집어 놓습니다.

지 딴에는 타당한 이유야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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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입니다.

어릴 적 청도에서 초등학교 다닐 무렵, 황사가 가실 이맘 때 쯤이면, 어머니 따라 산나물을

뜯으러 다닌 기억이 있습니다.

취나물, 광대나물, 두릅, 고사리, 고비..........나물들이 지천으로 널려있었지요.

그 많은 나물 중에 가장 고급은 뭐니뭐니해도 고사리였습니다.

습기가 약간 있고, 응달진 부근에는 유독 살찐 고사리가 많이 자라지요.

소나무 낙엽사이로 뾰죽하니 통통한 싹을 내밀고 있는 고사리를 보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지요.

고사리같은 손이란 말이 있지요?

그래요, 고사리 어린 싹은 꼭 젖먹이 어린아이가 손을 옹송거려 쥔 모습과 꼭 같습니다.

손아귀를 고집스레 꼭 쥔 것이라든지, 통통하니 살이 오른 모습이라든지, 그렇에 앙증맞은

모습은 보기 흔하지는 않지요.

그렇게 뜯어온 고사리를 찐 다음 말려서 제사상에 나물로 올려 놓으면 그렇게 고소할 수가

없지요.

그래서 고사리를 산에 나는 소고기라고도 한답니다.


한 개 더~

소가 고사리를 먹으면 큰 탈이 난다고 합니다.

우리 한우는 산에 풀을 뜯겨도 고사리는 절대 안 먹지요.

그런데 멍청한 젖소들을 방목하면 종종 고사리를 뜯어먹고는 난리법석을 부린다네요.
(믿거나 말거나~) ===> 이러면 대부분 믿더라구요^^

2001. 5. 11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