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산성비 유감 城>
맑은날T
2001. 6. 15. 08:32
산성비 유감
비가 옵니다.
혹자는 비가 오면 구질구질해서 싫다고 하지만, 또 어떤 이는 비 내리는 날의 운치가 좋아서
마음이 촉촉히 젖어든다며 좋아라 하고, 심지어는 우산이 있어도 그냥 비를 맞기도 합니다.
요즘에야 산성비네 진흙비네 해서 비 맞기를 꺼려했지만, 지금보다 공기가 훨씬 좋았던
예전에는 중성비(?) 내지 약 알칼리성비(?)가 마구 내려서 비 맞기를 좋아라 하시는 분들이
살기 좋은 때가 있었습니다.
확인이야 못했지만 들리는 말에 의하면 비 맞기를 심하게 좋아하시는 어떤 분은 한 달의
일기예보표를 가지고 비오는 지방만 찾아다녔다는 분도 계시고, 또 어떤 분들은 일부러
여름휴가를 장마철에 내어서 휴가 내내 비만 맞으신 분도 계셨고, 또 어떤 분들은 여름에
내리는 빗물을 받아 모아서 일년 내내 우울한 날이면 그 물로 샤워를 했다는 분도 계셨답니다.
(언제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저는 어떠냐구요?
음~ 솔직히 비 맞는 거 겁내진 않지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어린 날 시골에서 살 때 비 맞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었습니다.
학교갔다 오는 길이나 산에 소먹이러 갔다가 소나기를 맞는 일은 비일비재하였으니까요.
특히 소나기 내린 날 소먹이고 돌아오는 길에 앞서가는 소의 비 젖은 잔등에서 물기가
하얀 증기되어 피어오르는 것을 아스라이 바라보던 기억도 납니다.
토란잎으로 몸을 가릴 수 없음을 알면서도 토란잎을 하나씩 뜯어들고 비를 긋던 일도 생각나네요.
그렇게 산성비가 뭔지를 모르고 살다가 제가 집중적으로 산성비 공격을 받은 것은 대학교
다닐 때였습니다.
제가 입학한 봄 어느 날 처음으로 산성비를 맞은 기억이 있고 그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대학교
교정에는 사계절 산성비만 내렸습니다.
이렇게 말씀하면 어떤 분들은 제가 뻥을 친다고 웃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서 잡글을 쓰면서 나름대로 고수하는 원칙이 있습니다.
'내 멋대로 쓰고 싶은 글만 쓰자, 다만 지어내거나 거짓말은 절대 하지 말자.'
이제 제 말을 믿을 수 있겠지요?
산성비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유야 막론하고 제가 4학년 다닐 때에는 주위에
군대를 마친 복학생들 중에는 머리가 빠져서 대머리 내지 준 대머리 반열에 오른 학생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분들께 저는 몇 가지 조언을 하곤 하였습니다.(참고로 이 부분은 모든 대머리증후군에
밤잠을 설치는 분들도 참고하실 수 있지만, 다 믿지는 마십시오. 그냥 제 생각이니까요)
먼저 예방적인 처방으로 머리를 짧게 깎아라고 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물건은 중력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따라서 머리카락이 길면 그만큼 무게가
많이 나가고 당연한 귀결로 머리가 빠질 확률이 높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머리카락이 길면 표면적이 늘어나고 그만큼 공기저항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 담에는 머리는 가능한 한 일주일에 한번 정도,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이상의 주기로
감아라고 합니다.
자주 감으면 아무래도 손톱이나 손가락에 상처를 받거나 걸려서 빠질 수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니까요.
마지막으로(사실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이미 대머리가 되어버린 분들을 위한 멋진 방법입니다.
다 그런지 조사까지야 못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남자)들은 큰일('또 나온다'고 하시는 분들은
저의 소중한 독자이십니다^^)을 본 다음 화장지를 사용함에 있어 뒤에서 앞으로 사용(이하
'당김법'이라 줄이겠습니다)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쪼그리고 자세 취해보는 당신은
매우 학구적인 분입니다. 성공가능성 보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렇게 뒤에서 앞으로 당기는 당김법을 사용하면 당연하게 엉덩이 피부는 당겨지고, 이러한
당김의 힘은 결국 등줄기를 타고 올라와서 두피에 이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머리거죽이 뒤로
젖혀지게 됩니다.
가뜩이나 대머리이신 분이 머리거죽까지 뒤로 당긴다고 생각해보십시오.(아찔하지요?)
그래서 저는 대머리를 만나면 항상 권해드립니다.
이제부터라도 당김법 사용을 자제하시고 밀치기법(앞에서 뒤로 휴지사용)을 사용하라고 권합니다.
일부에서는 제가 권한 방법으로 뒷통수의 많은 머리숱이 이마까지 도달했다고 하는 엄청난
효력을 보았다는 분들도 계시나 직접 연락받은 적은 없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옆으로 나갔습니다.
하여튼 저는 대학 4년 내내 산성비를 맞았지만 머리숱이 아직은 건재합니다.
그럼 제가 다닌 학교에서만 왜 그렇게도 일찍, 그리고 일년 내내 오는 비 전부가
산성비였냐구요?
그건 바로 학교의 지정학적 위치때문이지요.
학교가 공장부근에 있냐구요?
천만에요.
우리학교는 공기좋고 물 맑은 산 아래에 있었지요.
저희학교는요..................
부산에 있는 동.래.산.성 밑에 있었답니다.
그러니까 오는 비는 모두 산.성.비 일 수 밖에요.
아~ 산성비 맞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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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산성 사진입니다.
부산 금정산 자락을 따라 자리잡은 동래산성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산성입니다.
신라 때 축성된 것으로 추정되어 지며 임진왜란 후 일본의 재침입을 대비해서 숙종29년에
쌓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답니다.
부산의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금정산성에 소풍갔던 기억이 있을 법한 이곳은
부산, 경남 산악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고 부산시민의 등산로로 가장 사랑받는 곳입니다.
등산 후의 산성안에 있는 산성마을에서의 막걸리 맛 또한 동래산성을 찾는 또 다른 기쁨(?)입니다.
2001. 6. 13 맑은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