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변명 더덕>
맑은날T
2001. 7. 10. 09:31
변 명
결혼하고 몇 달이 지난 어느 저녁 마눌이 저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자기 참 더럽다."
"헉~................-_-;;"
세상에 신랑보고 더럽다니......
그것도 그냥 더러운 것도, 대충 더러운 것도, 그저 그렇게 더러운 축에 드는 것도 아니고,
알맞게 더러운 것이나 앙증맞거나 귀엽게 더러운 것도 아닌 『참』더럽다니.....
"내가 뭘 어쨌는데....."
기어드는 목소리로 간신히 달려들어 봅니다.
더 이상 아무 말을 안 하길 바라면서.....
그러나 마눌은 단호하게 한마디 덧붙입니다.
"좀 자주, 그리고 깨끗이 씻으면 안되요?"
"..내가 뭘 어째서.... 양치는.......... 세 번 하잖아......"
"엔간하면 머리도 하루에 한번은 감구요, 기타 등등...."
그날 저는 충격을 먹었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있다가 기습당한 그런 충격이 아닌, 언젠가는 터질지 모르던 품속의
시한폭탄이 터지는 그런 충격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상대적으로 좀 잘 안 씻는 편입니다.
여기서 상대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핑계가 아니라 제 신념이 들어있습니다.
지구상에는 우리네 인간과 같은 포유류가 수천종이 넘게 살고 있으며, 개체수로 말하자면
수 백억 수 천억이 넘겠지요.
저는 그 많은 포유류들 중에서는 굉장히 자주 아니 유별스럽게 많이 씻는 편입니다.
그리고 포유류 중 영장류에서 보더라도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들이 목욕이나 세수를 한다는
말은 아직 못 들어봤으니까, 영장류 중에서도 유독 많이 씻는 개체중의 하나이고, 인간으로
보더라도 지구탐험대 같은 TV 프로를 통해 네팔이나 인도네시아, 남아메리카 등지의 오지에
사는 원주민들은 본 경험에 의하면 인간 중에서도 꽤나 호들갑스럽게 씻는 개체 중 하나입니다.
다만 문명화된 일부국가의 대도시에 거주하는 인간들과 비교하자면 좀 덜 씻는 편에 불과합니다.
이런 저를 보고 참 더럽다니요?
사실 씻는다는 거, 그래서 깨끗하다는 거 지저분한 것 보다야 낫지요.
그런데 과연 얼마나 자주 씻는 게 깨끗한 것이고, 어떤 게 지저분한 것입니까?
그 기준은 인간이 살아오면서 바뀌어온 가치척도 아닙니까?
단지 제가 이 시대에 서울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틀에 한번씩 머리감는 게 지저분한
걸로 평가된다는 게 좀 억울했습니다.
그런데 날마다 머리 감거나, 샤워한다는 거 굉장히 귀찮은 거 아닙니까?
게다가 비누도 사용해야하고, 물을 많이 사용해야하고, 또 그만큼의 시간이 걸리고.....
이 나라 환경오염이 얼마나 심각한데, 물부족 현상은 또 어떻구요?
게다가 샤워나 머리감기를 안 하면 10분 정도는 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데...
그래서 저는 아직도, 앞으로도 머리는 이틀에 한번 감습니다.
간혹 머리가 짧을 때는 사흘에 한번도 감지만.....
회원 여러분도 머리는 이틀에 한번씩만 감읍시다.
이틀에 머리를 한번씩만 감으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환경오염을 줄이고, 물부족 해소에도 도움되고, 시간관리상 도움이 되고, 또 수건사용을 반으로 줄이니
까 수건세탁하는 기회비용이 줄어들고 기타 전기절약, 수도세 절약 등등..
게다가 제일 중요한 것은 두피건강에 획기적인 도움이 됩니다.
머리를 감고 이틀이 되면 오후부터 좀 가렵긴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머리를 긁게 되고, 그러면 자동으로 두피맛사지가 됩니다.
두피 맛사지를 하면 두피, 毛根에 자극을 주어서 두피와 두발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일설에 의하면 머리까지 좋아진다는데....^^
(이 글보고 사흘에 한번씩 감는 淸○○○님, ○아님, 紫○山님 등 몇 분들은 찔끔했죠?..)
담에는 혼자 사는 자취생들이나 노총각, 노처녀 들을 위하여 생활의 지혜 몇 가지를
올려볼까 합니다.
기대하지 마십시오.
~~~~~~~~~~~~~~~~~~~~~~~~~~~~~~~~~~~~~~~~~~~~~~~~~~~~~~~~~
더덕입니다.
사삼, 백삼이라고도 부르고 깊은 산중에서 자라지요.
뿌리는 도라지처럼 굵고 식물체를 자르면 흰색의 즙액(汁液)이 나오고 향기가 무지 진합니다.
더덕이 오래되면 더덕 뿌리의 중심이 썩어서 비게 되고 그 곳에 물이 찹니다.
그 물이 몸에 무지 좋다네요.
요즘은 시장에 나오는 더덕은 대부분 농가에서 재배한 것입니다.
몸에 좋은 양분이 더덕더덕 붙었다고 더덕인가?
2001. 7. 10 맑은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