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교육 <<수양버들>>

맑은날T 2006. 3. 3. 14:02
 

 

이번 겨울은 유난히 긴가 봅니다.

세상에.........

삼월에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다니요.

지난 1일에 눈이 꽤나 많이 내렸습니다.

최근 몇 년을 살펴보면 3월에 눈발이 비친 적이 몇 번 있긴 하였지만, 한겨울의 추위를 동반한 것은 아니었는데 그저께 내린 눈은 아직도 군데군데 쌓여있고 찬바람이 창 밖에는 찬바람이 쌩쌩 불어 한겨울 외투를 다시 챙기게 합니다.

겨울이 춥고 길수록 봄은 더욱 고울 것이라 생각하며, 머잖아 소식없이 문득 찾아온 고향 친구같이 반가운 봄을 기다립니다.


2월 한 달은 내내 교육을 받았습니다.

14명이 한 달 동안 합숙교육을 받았는데, 주말에나 잠깐 집에 돌아오는 정도로 빡빡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서 타인들과 합숙을 한다는 게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습니다.


먼저 대부분의 사람이 코를 곤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도 나이 탓이겠지요.

집에 코를 고는 사람이 없었던 저로서는 3인 1실을 그것도 코골이를 하는 사람과 한 달을 생활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제 또래가 되면 꼭 몇 몇은 술을 먹지 않으면 참기 힘든 이가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이들 중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마신 이가 몇 몇 있었습니다.

물론 이들이 술을 하면서 새벽까지 웃고 떠드는 것도 수면에 방해가 되었지요.


교육과정 중 정신교육이 있었습니다.

외부 위탁강사와 하서 강의를 하는데, 그날 밤에 “숯불걷기”란걸 한다더군요.

그 내용을 물어 보았더니 숯불을 맨발로 걸어서 통과하기인데, 정신집중이 되면 통과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그냥 대충 꺼져가는 숯불 위로 몇 발자국을 걷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날 밤에 교육을 마칠 즈음에 운동장에 도착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운동장에는 약 1미터와 3미터 정도의 넓이에 장작불을 태우고 있었는데 장작불이 거의 다 타고 벌건 숯불이 남아 있었습니다.

‘설마 벌건 숯불 위로 걷기를 하랴, 대충 물 좀 뿌려서 꺼져가는 숯덩이를 걷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교육생들보고 양말을 벗으라고 한 다음, 진행요원들을 아직 덜 탄 나무토막을 들어내고 벌겋게 열이 나는 숯불을 골고루 펼치더니, 차례대로 걸어서 건너가라고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시키는 요령이란 “숯불을 보지 말고 정면을 응시하면서 ‘나는 할 수 있다’란 구호를 외치면서 약간 빠른 걸음으로 걸어라”였습니다.

황당하게도 교육생들은 무척이나 진지하고도 엄숙하게 숯불 위를 걸었고 다들 무사히 건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저는 지나치게 진지한 교육생을 보면서 자꾸 웃음이 삐져 나와서 정신집중은 커녕 진지한 자세조차 나오지 않아서 애를 먹고 있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숯불의 가운데는 예닐곱명이 밟은 곳이라 불이 꺼져 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제 차례가 되어서 웃음을 꾹 참고 걸으려고 하는데 진행요원이 잠시 중단을 시켰습니다.

그러더니 옆으로 퍼진 벌건 숯불을 가운데 다시 모은 다음에 걷도록 하였습니다.

하여간 저도 남들 따라하는 대로 걸었는데 신기하게도 멀쩡하였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보니 한사람만 화상을 좀 심하게 입었는데, 그 이유는 숯덩어리 하나가 발가락 사이에 끼는 바람에 화상을 입은 것이고 발바닥에 화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결국 숯불걷기는 발바닥의 굳은 살로 인하여 아무나 걸어도 화상을 입지 않는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숯은 뜨겁고, 맨발을 약하다’는 상식(?)으로 지레 겁을 먹었다는 것, 교육의 목표는 일상에서의 두려움은 실제로 과감히 부딪히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체득하게 하는 교육이었습니다.


그 외에는 업무적인 교육이 주를 이루었는데, 마흔이 넘은 나이에 한달간이나 합숙교육을 하는 일은 흔하지 않아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재미난 일도 참 많았고 소중하고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해봅니다.


이런 저런 교육을 한 달간 마치고 어제 처음으로 사무실로 출근했습니다.

아이들은 개학을 해서 6학년과 4학년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잘 지내셨죠?

봄을 맞을 준비는 다 되셨나요?

교육 마치고 서울로 오는 길에 가로수로 심어진 수양버들가지는 초록색으로 어렴풋이 바뀌고 있었습니다.

봄은 아마도 수양버들의 가지에서 베어 나오나 봅니다.


2006. 3. 3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