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이야기 <매발톱에 물린 아이들>
최근에 아이들 커 가는 이야기를 적어 본 기억이 없네요.
무심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다들 커 가는 그런 모습대로 무난히 자라고 있어서 특별히 쓸 말이 없어서 그렇다는 것이 더 맞겠네요.
먼저 윤석이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지요.
최근 들어서 많이 어른스러워져 감을 느낍니다.
책과 컴퓨터를 좋아하고, 나가 노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여전합니다.
요즘 읽는 책은 주제 넘게도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고 있습니다.
이놈의 독서습관은 어쩌면 지 애비를 그렇게도 빼다 박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속독, 잡독과 한번 잡으면 밥상머리에서도 책을 놓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는 베르나르베르베르의 『개미』, 『개미혁명』을 읽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책을 제가 본 것이 꼭 10년 전 윤석이가 태어난 날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경욱이가 장난걸고 시비걸면 화를 내거나 짜증부리기 일쑤였는데, 요즘은 형 노릇을 하는지 몰라도 약간 난처해하는 표정으로 피하면서 자기 엄마를 쳐다보면서 픽 웃어버리고, TV를 보면서 어떤 여자아이가 예쁘다면서 의견을 물어보아도 저를 쳐다보면서 “누구세요?”하면서 피식 웃어버립니다.
작년에 수학경시대회 본선에서 참패를 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는 이런 시험 안본다고 했는데, 이번 주 일요일에 수학경시대회 예선에 다시 나간다고 하였는데, 공부하는 기미는 영 안보입니다.
이번에 예선 통과되면 학원을 좀 보내볼 예정입니다.
참, 피아노 학원을 다니는데 “소나타네”를 연주하는데 듣기가 좋습니다. ^^;
경욱이입니다.
경욱이는 2학년입니다.
작년 12월 이사를 하면서 가장 걱정한 것이 경욱이의 적응이었는데, 기우였음이 입증되어 안심이 될 뿐만 아니라 성가시기까지 합니다.
거의 매일 친구를 데리고 와서 냉장고를 열어 젖히고 닥닥 긁어서 먹인다고 합니다.
경욱이도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데, 이놈은 도박성이 다분하게 엿보입니다.
윤석이 말에 따르면, 얼마 전에 윤석이와 함께 6학년짜리 동네선배(애들 표현입니다) 한 명과 카드게임을 했는데, 경욱이가 손재주(사기)를 부려서 카드를 땄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윤석이가 간이 졸여서 죽을 지경이었다나요.
책이라면 죽기보다 싫어하는 경욱이도 요즘은 만화책을 펼쳐놓고 간간히 봅니다.
공부는 영 시원찮은데, 문제는 자기보다 못한 아이들(고작해야 서너명입니다만)이 있다면서 영 심각하게 생각지않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경욱이는 안아주기나 뽀뽀 등 스킨쉽을 좋아하고 자신이 자주합니다.
얼마 전에는 지 엄마와 뽀뽀하다가 급작스런 제안에 기겁을 했다고 합니다.
뽀뽀를 하던 경욱이가 갑자기 하는 말이,
“엄마! 메트릭스 3에 보면 뽀뽀를 하면서 입술을 서로 먹던데, 우리도 그렇게 해볼까?”
참, 최근에 경욱이가 갑자기 독실한 크리스챤이 되어서 일요일 아침이면 교회간다면서 늦잠자는 분위기가 망가집니다.
그런데 그 동기란 게, 먼저 교회에서 주는 과자며 선물에 욕심이 나는 것이고, 경욱이를 전도한 친구가 광명에서 영화관을 하는 집 아이라서 때때로 공짜영화를 볼 수 있음에 맛들인 것으로 다소 불온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임이 명백하나 어쨋던 열심입니다.
아내와 저는 그냥 저냥 그렇고 그런 아내와 남편, 엄마와 아버지로 살아갑니다.
저는 늘 바쁘다는 핑계로 늦게 퇴근하고, 아내는 말 안듣는 두 놈을 쫒아다니며 폭군노릇하느라 바쁩니다.
두 아들을 키우면서 아직도 ‘우아하게 살고 싶다’는 욕심을 벗지 못하는 아내가 가끔 안쓰럽게 보일 때도 간혹 있지요.
아래 사진은 창경궁에 갔을 때 찍은 사진 중 하나 입니다.
매발톱모양의 꽃이 피는 『하늘매발톱』이라는 야생화 화단입니다.
매 발톱에 물린 아이들이 소리치는 모습입니다. ^^;
2004. 5. 11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