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꺼벙이와 깍쟁이 고추>
맑은날T
2001. 8. 31. 15:41
☆♡♣ 윤석이는 꺼벙이 ☞.☜
언젠가 윤석이가 정신없다는 이야기를 잠시 한 적이 있습니다.
외출 갈 때마다 슬리퍼 신고 나갔다가 다시 신발을 바꿔신는다고..
그 버릇(?)은 아직도 여전합니다.
2학기 개학하고 나서 아내가 아침에 꼭 챙기는 게 두가지입니다.
가방을 제대로 챙겼는지, 신발을 신고 가는가를 챙겨야 합니다.
1학기 때부터 책가방을 직접 챙기도록 교육을 해서 자기 가방을 전날 자기 전에 꼭 챙기고
잠자리에 듭니다.
그런데 가방을 챙기긴 하는데 화요일에 등교하면서 수요일 학습표를 보고 챙기는 경우가
허다하여 아침에 꼭 확인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책가방을 메고 현관을 나서는 윤석이 발을 챙깁니다.
일주일중 6일은 슬리퍼를 신고 현관을 나서기 때문입니다.
어제였답니다.
오후 두시께쯤이면 윤석이가 학교를 파하고 집에 온답니다.
현관문이 열리고 윤석이가 들어서면서 인사를 합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아내가 인사를 받고 윤석이를 살펴보니 신발가방만 달랑 들고 아침에 메고 나간 책가방은
보이질 않습니다.
윤석이는 자기방에 들어가면서 어깨에 손을 올리다 말고 엄마를 쳐다보면서 배시시 웃습니다.
"엄마~. 나 책가방 학교 두고 왔어....^^;; 빨리 가져올게."
그러고는 슬리퍼를 또 신고 현관을 나섰답니다.
☆♡♣ 경욱이는 깍쟁이 ☞.☜
경욱이는 깍쟁이입니다.
자기 물건 챙기는데는 선수입니다.
맘에 드는 장난감을 하나 찍으면 징그럽게 집요해집니다.
밥 먹다가, 걷다가, 놀다가도 수시로 졸라댑니다.
경욱이는 요즘 열흘정도 수영을 다닙니다.
작년가을에 미술학원을 다닐 때, 오전에 재롱잔치를 끝내고 유치원에서 함께 '정글인'에
갔답니다.
오전 행사때 입은 한복은 종이백에 넣어서 선생님이 가지고 있었답니다.
'정글인'에 가서 다른 아이들은 신나게 노는데, 경욱이는 내내 선생님 주위에서 선생님쪽을
힐끗거리면서 놀더랍니다.
그러다 급기야는 선생님께 와서는 최대한 진지하게 그리고 엄숙하게 부탁을 하더랍니다.
"선생님~ 한복 제가 갖고 있으면 안되요?"
그날 결국 경욱이는 한복을 가지고 놀았답니다.
경욱이는 요즘 열흘째 수영을 다니는 중입니다.
윤석이 같으면 수영복 두벌에 수경 세 개는 잃어버리고 남을 시간인데, 경욱이는 수영복이나
수경을 잃어버린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 아빠 생각~
덜렁이와 깍쟁이를 반씩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
하늘은 날이 다르게 높아 집니다.
바람은 점점 잦아지고, 많이 뽀송뽀송해졌습니다.
한 낮의 햇살은 아직 따가워도 선들 부는 바람에는 가을이 묻어있습니다.
따가운 햇살아래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에는 가을의 윤기가 자르르 흐릅니다.
달력 한 장 너머로 가을이 보입니다.
2001. 8. 31. 맑은날
* 이멜에 따라간 제목의 <고추>를 보고 많은 기대를 하셨던 분께 사과드립니다.
또 기회가 있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