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날T 2006. 7. 4. 08:40
 

시간이 참 빠릅니다.

발령 받은 지 벌써 3개월이나 지났습니다.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는데 시간만 가버린 듯 합니다.

강남으로 발령나서 배운 것이 참 많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부자가 참 많은 듯 합니다.

강남사거리에서는 고급외제차가 즐비하고, 거리를 걷는 젊은이들도 모두들 비싼 옷을 입은 듯 보입니다.

거리에서 좋은 건물의 1층에는 유독 외국 커피전문점이 많이 보입니다.

그만큼 살만 하다는 말이겠지요.

그렇지만 힘들게 사는 이들도 참 많아 보입니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올라오는 계단을 막고 아침부터 아줌마들이 전단지를 돌리고 있습니다.

약간은 짜증이 나지만 저들도 살아가는 방편이라 여기며 필요없는 전단지를 받아 듭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어제 차를 두고 퇴근하는 바람에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였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 지하철을 타면 유독 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그들이 내릴 곳을 지나치는 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가 늘 그렇게 긴장하면서 살고 있다는 말이겠지요.


아이들은 시험 준비로 밤 늦게까지 공부를 합니다.

어제는 제가 퇴근했는데 윤석이가 보이지 않길래 물어보았더니 영어학원 갔는데 열시나 되어야 온다고 했습니다.

윤석이가 수강하는 과정이 한 단계 올라가면서 시간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윤석이가 올 시간에 맞추어 마중이나 가야지 생각했는데, 밀려오는 피로감에 침대에 누웠다가 그만 시간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다음에 먼저 퇴근하면 꼭 마중을 한번 가서 같이 걸어오면서 몇 마디를 나눠봐야 하겠습니다.

윤석이는 6학년이지만, 키도 작고 생각하는 것이 너무 어려서 걱정입니다.

적당히 철이 들어야 할 때이지만 하는 짓이 아직 초등학교 1-2학년같기만 하여 걱정입니다.  물론 제가 철이 늦게 들었고 발육도 늦게 이루어 진 점에 비추어 보면 유전적인 영향인 듯 합니다만, 제가 자란 시대와 윤석이가 자라는 시대는 다르기 때문에 걱정인게지요.


경욱이는 공부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윤석이에 비하여 많이 뒤떨어져서 걱정이 많았는데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거지요.

그렇지만 깊은 사고를 요하는 문제나 예시문이 긴 문장, 두꺼운 책들을 대하여 걱정과 짜증부터 나는 것은 아직 고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놈이 재미있어 하는 바둑은 잘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경욱이와 바둑을 두었는데 2판을 내리 졌습니다.

두 달 전만 하더라도 경욱이가 4집을 깔고 뒀는데, 이제는 그냥 둬도 이길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경욱이는 백돌을 양보하라면서 건방을 부렸습니다.

그렇게 바둑에 정을 붙이고 실력이 늘면서, ‘관심를 가지면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으면 합니다.


여전히 서너달은 더 헤맬 듯 합니다.

대충하라고들 말하지만 대충해서 될 일은 없거든요.

내가 상대하는 이들이 대충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너달이 지나서 정신을 차리게 되면 강남을 나와바리로 하는 분들께 안부도 따로 올려야겠습니다.

장마 비에 몸은 젖더라도 마음은 늘 뽀송뽀송하길 바랍니다.


2006. 7. 4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