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엄마~ 12분 지났어? 때죽나무>
맑은날T
2001. 11. 2. 17:42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질을 하고 있는데 안방의 경욱이와 거실의 아내사이의 대화가 들립니다.
"엄마~"
"왜 벌써 일어났니?"
"지금 몇 시야?"
"이제 여섯시야."
"12분 지났어?"
"응. 12분 지났어."
새벽 6시 12분에 무언가 대단한 약속이나 있는 것 같은 그 대화를 듣다가 졸린 눈으로
양치질을 하던 저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립니다.
경욱이는 아직 아날로그 시계를 볼 줄 모릅니다.
6시 30분에 경욱이에게 몇 시냐고 물으면,
"육시 육분이야."
라고 대답하지요.
그런 경욱이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뜬금없이 시간을 묻고는 무슨 대단한 약속이나 있는 것처럼
'12분이 지났는지'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물어보니 실소할 수 밖에요.
여덟시가 넘어야 일어나는 경욱이가 어제 밤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나봅니다.
양치질을 하고 나오니 경욱이가 거실에 나와서 쇼파에 누워있습니다.
"경욱아 오늘 아침 6시 12분에 무슨 약속 있어?"
"아니."
"그럼 왜 12분이 지났는지를 물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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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욱이가 멋적게 씨익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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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죽나무입니다.
봄에 잎새가 달릴 때만 해도 여느 나무들처럼 평범해 보이지만, 5월이 오고 층층이 자란
긴 가지에서 다시 갈라진 잔가지 사이마다 마치 은종처럼 아래를 향해 두서너 송이씩 모여
매달리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흰 꽃이 일제히 피어날 때 장관입니다.
가을이 오면 꽃이 진 자리에 달리는 도토리 같기도 하고 작은 달걀 모양을 닮기도 한
열매가 긴 자루에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도 보기 좋습니다.
이 나무로 도장나무를 만든다고 해서 가지를 잘라서 도장을 파 보려고 했지만, 제
경험으로는 도장나무 재질은 아니었습니다.
때죽나무는 목재로 장기 알이나, 여러 목기, 지팡이 등을 만들어 썼으며, 종자에서 기름을 짜
머릿기름으로 바르기도 하고 불을 켜는 데 쓰기도 했답니다.
2001. 11. 1 맑은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