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윤석이와 깐풍기 국수나무>

맑은날T 2001. 11. 17. 09:44


윤석이와 깐풍기.


우리 집 장남 윤석이는 경욱이와 달리 고기를 좋아합니다.

소고기, 돼지고기도 좋아하지만 특히 닭고기를 좋아합니다.

곰발바닥이나 원숭이 요리는 아직 못 먹여봐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좋아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중국집에 가면 윤석이 또래는 그저 짜장면만 그것도 삼선짜장면이나 쇠고기

짜장면이 아닌 기냥 짜장면만 주문해 주면 입이 쩍 벌어짐이 보통인데, 윤석이는 서운하게도

그렇지를 못합니다.

탕수육 정도는 멕여야 중국집에 온 맛을 느낍니다.(그래서 자주 안 갑니다)


지난 일요일이었습니다.

온 가족이 거실에서 혹은 등으로, 혹은 배로 거실바닥을 청소하길 몇 시간.........

그러다가 저녁 무렵이 되면서 저녁식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눌 눈치를 슬쩍 보니 영 저녁준비하기가 싫은 눈치입니다.

이럴 때 눈치없이 "밥~"하면 그게 바로 바보아닙니까?

그렇다고 외식하러 가자고 먼저 말하면 그 또한 바보지요.

왜냐면 가자고 한 사람이 계산해야 한다는 게 우리네 미풍양속이잖아요.

그래서 한마디를 슬쩍 튕깁니다.


"윤석이~ 너 짜장면 좋아하니?"

"응~" (이놈은 평소에는 말을 놓습니다)

"마눌~ 윤석이가 짜장면 먹고 싶은가 봐."


이쯤 대화가 진행되면 거의 반반 부담으로 답이 나온 겁니다.



10분 뒤~ 중화요리집(기냥 중국집이라 해도 되나 외식이라서...)

종업원 : "뭘 드시겠습니까?"

우리들 : "깐풍기 하나하고, 짜장면 곱빼기 하나하고, 우동이요."


우리집도 드디어 중국집에서 짜장면이 아닌 요리(料理)를 시켜먹나 봅니다.

그것도 탕수육이 아닌 이름도 깐깐한 깐풍기를 말입니다.

그 요리를 주문한 식구의 가장인 저는 목에 힘을 좀 주고 날마다 먹는 대수롭지 않은

요리처럼 근엄하게 요리를 기다립니다.

윤석이와 경욱이 이놈들은 주문후 1분이 지나면 좀이 쑤시는 스타일입니다.

접시를 만지작 거리다 옆 테이블의 손님을 힐끗거리며, 어항에 있는 청거북을 쳐다보다가

어항을 툭 쳐보고 난리부르스입니다.


바로 옆 테이블에는 5인 가족이 먼저 와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대학생과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두딸,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사내아이입니다.

저만치 주방에서 탕수육이 나오더니 옆 테이블에 놓고 갑니다.

옆 테이블의 5인은 조용히 각자의 접시에 담아다 먹습니다.

윤석이가 옆 테이블을 넌지시 쳐다봅니다.

6분 정도가 더 지나자 깐풍기가 주방에서 나옵니다.

우리 것이려니 하고 쳐다보는데 옆 테이블로 갖다놓고 사라집니다.

옆 테이블의 5인은 또 점잖게 깐풍기를 먹습니다.

옆 눈질로 윤석이 힐끗 쳐다보니 윤석이는 또 옆 테이블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저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윤석이 입을 바라봅니다.

또 4분 정도 지나자 또 이름모를 요리 하나를 놓고 사라집니다.

그러자 윤석이가 저를 보면서 다소 큰 소리로 한마디 하고야 맙니다.


윤석이 : "아빠~ 저 집은 되게 부잔가봐. 그치?"

나 : "응. 그래" ( >.< -_-;; *^^* )


옆 테이블의 두딸이 음식을 먹으면서 키득거립니다.

그래도 그날 깐풍기는 맛이 최고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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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나무입니다.
수국(繡菊)이라고도 하며 산에서 자랍니다.
높이는 1∼2m 정도의 관목이며, 가지 끝이 밑으로 처집니다.
5∼6월에 흰색에 가까운 연한 노란색 꽃이 핍니다.
이 나무를 빨대정도의 길이로 자르고 자른 단면을 살펴보면 관모양의 나무테가 있고 그 속은 연한 속심으로 들어차 있습니다.
이러한 속심은 가는 나무줄기를 이용하여 밀어내면 그 속심은 반대쪽으로 밀려나오는데, 그 하얀 속심은 국수가락과 같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국수나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국수발을 뽑아낸 나무는.......빨대이지요.


2001. 11. 19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