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아빠
알림
맑은날T
2004. 8. 20. 21:12
아파트 1층 엘리베이트 옆에는 작은 게시판이 있고, 알릴사항 등 메모를 붙여놓습니다.
광고물이 대부분이나 가끔 재미난 글이 붙기도 합니다.
알 림
어제 주차장에 세워둔 경기00가0000호 흰색 그랜져 차량을 부수고
도망친 사람은 즉시 011-3026-50××로 연락하기 바람.
페인트 등 증거를 확보하였음.
만일 내일까지 자수하지 않으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하겠음.
그 아저씨 꽤나 열받으셨나봅니다.
하긴 누군가가 차를 박아놓고 그냥 가버렸다면 당연히 화가 나겠지요.
다음날 퇴근하면서 엘리베이트 앞에 서 있는데 그 메모가 아직 붙어 있었는데, 아래 쪽에 볼펜으로 몇 자가 가필되어 있었습니다.
알 림
어제 주차장에 세워둔 경기00가0000호 흰색 그랜져 차량을 부수고
도망친 사람은 즉시 011-3026-50××로 연락하기 바람.
페인트 등 증거를 확보하였음.
만일 내일까지 자수하지 않으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하겠음.
“빨리 의뢰하세요~“
그 다음날 보니 그 메모는 없어졌고,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뺑소니로 처벌받은 사람이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습니다.
살다 보면............
분명히 자신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억울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게 바로 삶인가 봅니다.
그럴 때에는 신의 뜻인가보다며 웃고 넘기는 것이 가장 현명할 듯 합니다.
2004. 8. 19 맑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