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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그러하듯이 - 배인숙
맑은날T
2007. 3. 15. 13:10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길을 걸으면 생각이 난다
마주보며 속삭이던 지난날의 얼굴들이
꽃잎처럼 펼쳐져간다
소중했던 많은 날들을 빗물처럼 흘려보내고
밀려오는 그리움에 나는 이제 돌아다본다
가득 찬 눈물 너머로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거울을 보면 생각이 난다
어린시절 오고가던 골목길의 추억들이
동그랗게 맴돌아간다
가슴속에 하얀 꿈들은 어느 하루 잃어버리고
솟아나는 아쉬움에 나는 이제 돌아다본다
가득 찬 눈물 너머로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눈을 감으면 생각이 난다
헤어지던 아픔보다 처음 만난 순간들이
잔잔하게 물결이 된다
눈이 내린 그 겨울날 첫사랑을 묻어버리고
젖어드는 외로움에 나는 이제 돌아다본다
넘치는 눈물 너머로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창가에 앉아 하늘을 본다
떠다니는 구름처럼 날아가는 새들처럼
내 마음도 부풀어가네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
지평선을 바라보며 나는 이제 떠나련다
저 푸른 하늘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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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년도 더 지난 어느 가을날
친구 한명과 동성로 뒷골목의 전파상을
구석구석 뒤지고 있었다.
허럼한 전파상에서 자취생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돈을 지불하고는
JBL 중고스피커 한 개를 샀다.
집에 돌아와서
한 동안 꼼지락거리면서
작업을 한 다음
통기타를 든 여인의 그림이 있는
LP판 한 장을 올려 놓는다...
통기타의 빠른 아르페지오 연주와 함께 이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러면 눈을 감고 노래를 들어본다.
오래된 어느 가을 저녁이었다.
2007. 3. 15 맑은날